미국의 급격한 국방 예산 삭감이 북한의 핵위협과 중국의 군사력 확대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이뤄지고 있어 한국·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비중을 강화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Asia rebalancing) 정책이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역할은 예산 삭감과 관련이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미군 관계자들은 광범위한 예산 삭감으로 인해 아시아 지역에서 군사 작전 및 관련 활동이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정부 예산 자동 삭감(시퀘스터)에 따라 향후 10년간 국방 예산을 5000억달러(약 547조원) 줄여야 한다.
WSJ에 따르면 이로 인해 전투기의 비행 횟수가 줄었고 전투기와 군함 유지에 애로를 겪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에 대한 활동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에 있는 제374비행단의 비행 프로그램은 25% 줄었고, 주일 미군 기지 주변 주민에 대한 미국 공군의 사회 공헌 행사도 취소됐다. 해군은 예인선 등 군함 운항 횟수를 줄이고 있다. 태국과의 연합 훈련이 취소되는 등 미국이 아시아 동맹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려고 계획했던 훈련 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 연방 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국방부의 일부 활동에 대한 속도 조절을 요구할 수 있지만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최우선 순위는 바꿀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동맹국들은 미국의 이 같은 '외교적 수사(修辭)'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미국의 예산 감축으로 군사·경제 등에서 아시아를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미국의 전략은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본 스스로 더 강력한 힘을 가져야만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