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Talk] 하루키 향한 '구애 레이스' 해피엔딩으로 끝날까?

    입력 : 2013.05.04 03:01

    박돈규 기자
    박돈규 기자
    "소설이 지닌 가치를 보기 전에 엄청난 대중적 관심이 덧씌워졌으니, 이런 경우 번역자는 행복하지 않아요. 온전히 작품을 감상하고 싶은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전작 '1Q84'를 우리말로 옮긴 번역자 양윤옥은 수화기 너머에서 한숨 소리를 들려줬다. 하루키가 지난달 발표한 장편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는 반가우면서도 짐처럼 다가온 모양이다.

    선인세를 얼마로 책정할지, 제안서에 뭘 담을지 막바지 '작전 타임'이 한창이다. 제안서 마감은 오는 20일. 하루키 판권은 늘 1라운드에서 결정된다. 민음사는 "선인세를 크게 부르는 게 흉이 되지 않을 분위기"라고 했다. '1Q84'로 200만부를 판 문학동네에서는 "이번 소설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품평이 흘러나왔다. 김영사는 "하루키 책은 매출은 물론 영미 문학 판권 경쟁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말은 무성한데 정보인지 역정보인지 불분명하다. 게임의 법칙이다. 책 동네에선 이 큰 장(場)을 '레이스(race)'라 부른다. 최봉수 메가북스 대표는 "경쟁이 붙어 선인세는 1억엔(약 11억2000만원) 이상일 텐데 지금 시장에서 할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는 일본에서 6일 만에 발행 부수 100만부를 돌파했다. 이럴 땐 독자가 냉정하다. 일본 아마존 서평 중엔 거품이 걷힌 감상도 있다. "고독을 깊이 공감할 독자는 적을 것 같고 '재탕'한 느낌도 들지만 서술이 아름답고 술술 읽힌다" "거들떠도 안 보는 사람도 있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재미없어 돈이 아까웠다"….

    예스24는 "하루키를 읽는 한국 독자는 30대 여성의 비중이 30%로 가장 많다"고 했다. '역(驛)을 짓는 사람'인 주인공 쓰쿠루를 여행으로 이끄는 선율인 프란츠 리스트의 '순례의 해', 책 표지에 담긴 미국 화가 모리스 루이스의 '불기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름 뒤, 하루키를 향한 구애(?) 레이스의 승자는 누구일까. 물론 이 레이스는 '결혼할 권리'에 불과하다. 그 결혼이 행복할지, 아닐지는 독자가 결정한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