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황교익의 먹거리 Why? 파일] 매실은 안익은 '靑梅'가 으뜸이라고?… 소비자에 진실을 許하라

  •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입력 : 2013.05.04 03:01

    매실
    3~4년 전이었나 싶다. 전라남도 구례 섬진강변의 어느 마을에 매실을 구매하겠다는 일본인 바이어가 나타났다. 생산자단체가 나서 매실 농민들을 모았고, 바이어는 그들 앞에서 구매할 매실의 조건을 설명하였다.

    "매화나무 아래에 그물망을 설치하십시오. 매실이 익어 그물 위에 떨어지면 이를 거두어 오세요."

    매실은 익으면 자연 낙과를 하는데, 이런 매실만 거두라는 조건이었다. 섬진강변의 매실 농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매실이 익으면 붉거나 노랗게 색깔이 변하고 약간 물러진다. 한국에서 이런 매실은 하자가 있는 것으로 취급한다. 일본에서는 익은 매실을 먹는다는 바이어의 설명이 이어지자 그건 그네들의 입맛이겠거니 하고 일단 이해는 하였으나, 그 조건으로 매실을 내겠다는 농민은 아무도 없었다. 한 나무의 매실이라 하여도 익는 시기가 제각각이라 며칠을 나무 아래에서 매실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수거하는 일은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루 날 잡아 다 따면 될 것을! 없던 일로 하자."

    그렇게 하여 바이어는 맨손으로 돌아갔고, 섬진강변의 매실 농민들은 여전히 익지 않은 매실을 일시에 따서 한국의 소비자에게 팔고 있다.

    익지 않은 매실은 녹색을 띠며, 이를 청매라 한다. 매실은 익으면 품종에 따라 붉은색, 노란색 등의 색깔을 내며, 이를 황매라 한다. 녹색인 채로 익는 매실도 있는데, 잔털이 없으면 익은 것이다. 청매, 황매를 매실나무의 품종으로 잘못 아는 이들이 있다. 백가하, 남고, 앵숙, 천축 같은 품종이다.

    청매는 덜 익은 매실이라 신맛만 있고 향이 없다. 황매는 신맛이 덜하고 매화꽃의 향을 담고 있다. 매실 음식에서 향을 얻자면 황매를 써야 한다. 매실이 몸에 좋다 하는 것은 구연산 덕인데, 황매가 청매보다 월등히 많은 구연산을 함유하고 있다. 더욱이 청매는 과육에 독성이 있다. 해마다 매실 철에 "매실 독성 조심하라"고 보도되는 것은 이 청매 때문이다. 황매는 과육에 독성이 없고 씨앗에는 있다. 씨앗은 단단한 내과피 안에 있으니 독성 걱정은 덜하다.

    한반도에 매실나무가 본격적으로 심긴 것은 1960~70년대이다.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정부에서 유실수 심기를 권장하였는데, 그 유실수에 매실나무가 있었다. 국내 재배 매실의 최초 대량 수요처는 매실주 공장이었다. 술병 안에 매실이 2개씩 들어 있는 그 매실주이다. 술병 안에서 뭉그러지지 않고 탱글탱글 모양을 유지하자니 덜 익은 매실, 즉 청매를 넣어야 했다. '유명 기업'인 매실주 공장에서 청매만 수매해가자 농민들은 청매를 좋은 매실로 착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농민들은 시장에도 청매를 내었으며, 소비자들도 시장에서 청매만 보니 매실은 청매를 먹는 것으로 알게 되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매실농원이 '청매실'이란 이름을 달고 있어 소비자는 청매를 으뜸가는 매실로 확신하게 되었다.

    모든 과일은 익어야 맛이 나고 영양이 풍부해지며 향이 짙어진다. 매실만은 안 익은 과일로 먹는, 참으로 희한한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일이 바로잡히지 않는 것은 언론 탓이 크다. 식품 담당 기자이면 '청매 문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임에도 매년 봄이면 텔레비전과 신문에 청매로 도배를 한다. 농민이 그러고 있고 소비자가 모르니 그냥 넘기는 것이 두루 이익이라 생각하는가. 그런 계산은 정치 기사만으로도 지겹다. 알릴 것은 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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