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들이 댓글 작업에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주민번호 89개와 이메일 654개를 검찰이 확보, 대표적 진보·보수 사이트 5~6곳에 대한 '댓글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2일 네티즌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D사이트 등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댓글 확보 작업에 나섰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D사이트 등에 주민번호 89개, 전화번호 293개, 이메일 주소 654개를 제시하고 이 정보들과 관련된 모든 댓글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확보한 주민번호 등이 정치나 선거 개입에 사용됐을 가능성과 대북 심리전에 사용됐을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D사이트 운영진 측에 지난해 대선뿐 아니라 사이트가 개설된 1999년 이후의 게시 글을 모두 추려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D사이트 외에 I사이트에 대해서도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비슷한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D·I사이트는 보수적 성향 네티즌이 자주 찾는 인터넷 사이트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진보 사이트 '오유(오늘의 유머)'와 '뽐뿌' '보배드림'에서도 경찰이 밝혀낸 게시 글 120여개 외에 또 다른 글이 없는지 더 확인하고 있다.

검찰이 진보·보수 인터넷 사이트를 가리지 않고 조사에 나선 것은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이곳에 등장하는 친북 관련 글에 대응하기 위한 심리전 차원에서 댓글을 올린 것인지, 대선 후보 지지·비방을 위해 댓글을 올렸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 댓글 활동을 민주당에 제보해 기밀을 유출한 혐의(국정원법 위반)로 국정원이 고발한 전직 직원 김모씨와 정모씨, 일반인 장모씨의 자택과 승용차 등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기밀 유출 혐의와 함께 이들이 주장하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제보자 차원에서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날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수사 축소 등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한 민주당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