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일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그동안 허가를 미루고 있던 에쓰오일·SK종합화학·GS칼텍스의 공장 신·증설과 외국인 의료 관광객들이 머물 대형 병원들의 숙박 시설(메디텔) 건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6건의 규제 완화로 12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중소기업이 119에 전화 걸듯이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만 거론했으나, 실무자들은 대기업의 투자 민원(民願)도 사안별로 신속하게 처리해주는 '원샷(one shot) 방식'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투자 민원을 단번에 해결해주면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인·허가 여부를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어 안정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각 부처가 원칙과 기준도 없이 투자 민원을 처리하다 보면 인·허가 도장을 받는 기업은 박수를 치겠지만 승인을 받지 못한 기업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 중에는 개별 심사를 이유로 기업들을 줄 세우고 그 과정에서 접대를 받고 재량권을 남용하는 사례도 나타날 것이다.
전경련이 파악하고 있는 정부 규제의 숫자는 작년 7월 현재 1만3167건으로 2009년에 비해 3년 만에 2117건 증가했다. 역대 정부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매년 신종 규제가 700개꼴로 생겨나는 추세다. 새 정부 출범 후에도 60세 정년 의무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기 이사의 5억원 이상 연봉 공개 같은 새로운 규제가 속속 탄생해 기업들은 규제의 올가미가 점점 목을 조여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사안별로 투자 걸림돌을 제거해주겠다고 나서봤자 기업들은 다른 규제의 돌부리에 넘어져 투자를 포기하는 일이 되풀이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조사한 우리나라 정부 규제의 경쟁력 순위는 144개 국가 중 114위다. 공무원의 재량권이나 다른 기준에서 보더라도 한국은 규제 왕국(王國)이다. 우리의 각종 규제 중 78%는 서비스 업종에 집중돼 있다. 투자를 막고 있는 핵심 규제도 수도권 투자와 노사(勞使) 관련 사안, 경영권 관련 규제 등 몇 가지로 좁혀져 있다.
정부가 투자 붐을 크게 일으키려면 제조업보다는 교육·보건·방송 같은 서비스업종의 규제를 도려내야 한다. 한두 기업과 관련된 작은 규제도 없애줘야겠지만, 여러 기업의 투자를 불러올 수 있는 큰 규제들을 풀어야 상장회사들이 갖고 있는 유보금 832조원이 경기 활성화 자금으로 돌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