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전국적인 촛불 시위를 촉발했던 미국 쇠고기 문제는 4년 뒤인 2012년 4월 또다시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미국 정부가 캘리포니아주 한 농장의 젖소에게서 광우병이 발견됐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주장이 나왔고,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태는 큰 혼란 없이 빨리 마무리됐다.
미국 정부가 문제의 광우병이 다른 소에게 전염 가능성이 없는 '비정형'이라고 밝혔고, 우리 정부도 미국산 쇠고기 검역을 강화하고,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해 미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검증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비정형 광우병이란 소의 노화 과정에서 자연 발생하거나 돌연변이로 생기는 병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동물성 사료를 오래 섭취해 소의 몸 안에 광우병 유발 물질인 변형 프리온이 쌓여서 발생하는 '정형' 광우병은 같은 사료를 먹은 다른 소가 걸렸을 가능성이 있지만, 비정형 광우병으로 밝혀지면서 사태가 빨리 진정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발 빠른 대응에다 4년 전 거짓 괴담에 속았다는 걸 알게 된 국민의 학습효과가 더해지면서 광우병 시위꾼들의 선동은 더는 먹히지 않았다.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6차례 촛불시위를 조직했지만, 참여 인원이 100여명에 그친 날도 있는 등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국민이 광우병의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면서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사건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매달 9000t 내외를 유지하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지난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 7000~8000t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2월 중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8300t으로 1년 전보다 5.7%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