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로스앤젤레스, 김태우 기자] 경기 전부터 많은 한국인들이 다저스타디움에 몰려들었다. 경기장 어디를 가든 한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수가 많았다. 아예 단체로 무리를 지어 경기장에 입장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1일(한국시간) LA 다저스와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를 앞둔 다저스타디움의 모습이었다.
이들이 보러온 대상은 단연 류현진(26)이었다. 올 시즌 팀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굳건한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류현진은 이제 다저스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거듭났다. 이날 피칭도 이 사실을 뒷받침했다. 전날(30일) 콜로라도에 2-12 참패를 당해 선수단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지만 류현진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12탈삼진. 승리의 자격이 충분한 투구 내용이었다.
다저스타디움의 모든 팬들이 류현진의 투구와 적시타 한 방에 주목하고 있을 무렵, 다저스타디움에서는 또 하나의 한국인 스타가 나타났다. 바로 ‘강남 스타일’을 통해 단번에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가수 싸이였다. 신곡 ‘젠틀맨’의 홍보차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싸이는 이날 직접 다저스타디움을 찾아 류현진을 격려함은 물론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싸이는 4회 공수교대 중 전광판에 등장했다. ‘젠틀맨’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다저스의 덕아웃 옆에 깜짝 등장했고 이 광경은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중계되며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실제 이날 싸이가 경기장을 찾는지 모르고 입장한 관중들도 꽤 있어 경기장은 순식간에 웅성거렸다. 흐르는 노래에 맞춰 안무를 마친 싸이는 팬들에게 공을 던져준 뒤 퇴장했다.
경기 후에는 류현진이 싸이에게 직접 자신의 유니폼을 전달하는 행사도 가졌다. 류현진이 이날 시즌 3승째를 거뒀기에 행사의 의미는 더 뜻 깊었다. 국내외 취재진들이 둘을 둘러싼 가운데 상당수의 다저스 팬들이 두 사람의 만남을 관중석에서 끝까지 지켜봤고 플래시 세례도 이어졌다. 월드스타 싸이에 대한 환호가 더 컸지만 서서히 다저스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류현진 또한 라커룸으로 들어갈 때 큰 박수를 받으며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싸이의 방문에 대해 “싸이가 와서 직접 응원해줘서 큰 힘이 됐던 것 같다”라고 웃으며 “별 이야기는 없었는데 조금 이따 저녁을 같이 먹기로 약속했다”고 수줍게 말했다. “세계적인 스타를 봐 신기했다”고 말한 류현진은 “아직은 형이 더 유명한데 반성해야 할 것 같다”고 의지를 다졌다. 언젠가는 LA에서 싸이만큼 유명한 대선수가 되겠다는 각오였다. 그렇게 반나절 이상 LA를 뒤덮은 두 코리안의 하루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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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