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30일 "개성공단 사태가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과 비교할 때 북한과의 관계에서 결정적인 분수령(watershed)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이번 사태로 볼 때) 10여년 전부터 추진해온 경제협력이 당초 기대했던 것처럼 북한을 체계적으로 개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아산플래넘 2013'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캠벨 전 차관보는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해 "북한이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구축된 개성공단을 적절히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일관된 행동이며 그런 면에서 한국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새 지도자가 잇달아 도발한 결과 중국 지도부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고, 중국의 대북(對北) 외교 톤(tone)이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일본이나 필리핀을 상대로 할 때처럼 거칠어지고 있다"며 "(중국이) 북한에 대한 연료 공급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국경 지역의 필요한 물품 공급을 설명 없이 중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캠벨 전 차관보는 다만 지금까지 중국의 대응에는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과 관련해 중국 이익에 반(反)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중국에 밝혔지만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답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에 국제 제제를 실시할 때 "그로 인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의 이익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신호를 명확하게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에는 "미국과 동맹국이 10년간 직면했던 딜레마"라며 "다만 지금 국면에서 새로운 사실은 북한의 목적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며, 그것이 미국의 생존에 리스크(위협 요소)라는 데 명확한 인식이 생겼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문제를 다룰 때 핵 문제, 미사일 같은 이슈 이외에도 북한 내 강제수용소, 식량 부족 등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이번엔‘체육 시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앞줄 왼쪽에서 셋째)가 29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만경대상체육 경기대회 남자 축구 결승전을 관람하며 손뼉을 치고 있다. 부인 리설주(왼쪽에서 둘째)와 고모부 장성택 당 행정부장(맨 왼쪽)도 동석했다. 김정은은 지난 27일에도 주민편의시설인‘해당화관’을 시찰하는 등 최근 비(非) 군사시설을 잇달아 찾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역사 왜곡 발언에는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서 불신이 쌓이는 것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역사 문제는 역사가가 다루는 게 바람직하며 양측이 신중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지한파(知韓派)로 평가되는 캠벨 전 차관보는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 정부 특사로 방한하기도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을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그는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원칙을 굉장히 중시한다"며 "근거에 기반을 두고 결정하고, 중요한 전략적 이익을 중심으로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