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술관 옆 갤러리가 주는 '공짜' 행복

조선일보
  • 박지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입력 2013.04.30 23:01

    박 지 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박지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학생 30여명과 지난 20일 서울의 한 갤러리(화랑)에서 끝난 프랑스의 세계적 작가 소피 칼(60)의 개인전을 관람했다. 소피 칼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개념미술을 해 온, 이해하기 쉽지 않은 예술가다. 그런데 학생들은 1시간 가까이 전시를 보고 나서 소피 칼의 팬이 되어버렸다. 갤러리 직원의 작품 설명을 들은 후 '아이디어도 미술이 될 수 있다'는 현대미술의 핵심을 알게 된 것이다. 그중에는 난생처음 갤러리에 왔다는 학생이 두 명 있었다. 이 둘은 갤러리에 온 첫 경험이 아주 즐겁고 가슴 벅찼다고 했다. 그다음 주에는 다른 갤러리에서 하는 미국 현대 회화의 대가 데이비드 살리전을 보러 갔는데 여기서도 학생들이 이 화가의 그림에 빠져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술관은 비영리 기관이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세계적 작가들의 전시를 쉽게 하기 어렵고, 입장료 수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획전을 무료로 할 수도 없다. 그에 비해 갤러리는 작품을 팔기 위한 목적으로 전시를 하기 때문에 관람료를 받지 않고도 이런 세계적 작가들의 전시를 열 수 있다. 그 덕에 돈 없는 학생이나 일반 미술 애호가들이 공짜로 눈을 호사시킬 수 있다. 실제 국내 갤러리에서는 세계적 아티스트들의 전시가 속속 열린다. 미국 팝 아트 운동의 핵심 인물이었던 클래스 올덴버그, 낙서 같은 그림이 명화가 되는 길을 처음 열어준 천재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전시도 최근 서울의 갤러리에서 볼 수 있었다.

    최근 일부 갤러리의 '비예술적' 문제로, '갤러리' 자체가 부정적으로 보인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림을 사고파는 시장이 있고 그 비즈니스를 하는 갤러리가 있어서 세계적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우리가 그런 명작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이 예술 감상으로 창조적 아이디어를 얻고, 세계적 작가들의 전시를 유치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문화적 위상이 높아지는 것도 갤러리의 순기능이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세계적 경제 위기로 한국 미술 시장은 몇 년째 침체기를 겪고 있다. 그런데도 꾸준히 이런 작가들을 국내에 선보이고 우리에게 무료로 관람할 기회를 준다는 점이 나는 교육자로서 고맙기까지 하다. 일부 부정적 시각 때문에 일반인들이 갤러리를 찾아가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고 삶의 새로운 시각을 얻을 기회를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영국은 오랜 세월 패션, 미술, 음악, 무용, 상업 광고, 영화 등 창조적 문화 산업에서 세계 최고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관과 갤러리를 수시로 드나들며 거장들의 그림을 보고 개성과 창조성을 키우는 자연스러운 예술 교육이 있다. 요즘 '창조경제'가 화두라는데 그 말 자체가 너무 거창한 나머지 거대 담론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그러나 내가 이해하는 창조경제는 그리 거창하지 않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창조적 생각을 하게 되면 이게 바로 좋은 아이디어로 발전해 엄청난 경제 효과를 낳는 산업으로 이어진다는 것일 게다. 문득 들르는 갤러리 안에서, 뭔지 모를 듯한 난해한 현대미술이 순간 친숙하게 다가올 때 창조적 생각도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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