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부는 2014년으로 돼 있는 한·미 원자력협정의 만료 시기를 2년 늦추고 6월부터 3개월마다 개정 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미국 정부의 입장 변화가 있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원자력발전소 원료를 안정적으로 얻기 위한 우라늄 저농축 권리는 미국이 여전히 허용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원전 폐기물 처리를 위한 사용후연료 재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연구는 계속한다고 하지만, 이 기술은 성공해도 20~30년 뒤 일이다.

미국은 2차대전 전범국인 일본에는 농축과 재처리를 모두 허용했다. NPT(핵확산금지조약) 가입을 거부하고 핵무장을 한 인도에도 나중에 핵과 관련한 포괄적 권한을 허용했다. 냉전 시절 일본과 원자력 협상을 한 미국 입장에선 당시 세계 2위 경제 대국 일본을 아시아의 교두보로 삼는 정치·경제적 국익이 분명했다. 인도에 대해선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필요 외에도 미국 원전 업계가 강하게 인도를 지원하고 나섰다. 2000억달러에 가깝다는 인도의 원전 시장을 선점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국력으로 볼 때 미국이 문제를 감수하고 일본이나 인도 수준의 권리를 주기로 결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협상 전략으로 미국의 이런 시각을 바꿀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국내 일각의 핵무장 주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원자력 산업과 같은 다른 국익을 해친다. 지금은 한국이 핵 비확산 체제의 모범 국가로서 국제적 기여를 하나하나 쌓아나갈 때다. 그러면서 적기(適期)에 국가 총력전으로 미국을 설득하고 세계 원전 시장 동반 진출과 같은 구체적 공동 이익도 만들어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분명히 현실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감정적 대응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보며 전략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

[[사설] 동북아 최대 憂患이 돼 가는 '아베의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