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9] 스티브 잡스 만들기?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3.04.22 23:46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멋진 뮤직 비디오로 돌아온 싸이 덕분에 조만간 또 '싸이 같은 창의적 인재 만들기' 이야기가 나올 듯하다. 싸이 전엔 마크 저커버그였고, 그전엔 스티브 잡스였다. 우리는 왜 이렇게 '누구 누구 만들기'에 집착하는가.

사람이 공장에서 찍어낼 수 있는 두부도 아니고, 도대체 뭘 만들겠다는 것일까. 정부나 회사가 원하는 대로 창의적이고 다양한 생각의 길을 가진 창조적 인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생각의 길이 많을수록 남들과 다른 길을 갈 수 있다. 뇌 안의 '생각의 길'은 바로 시냅스 약 100조개로 구현된다. 시냅스는 대부분 뇌가 유연한 어린 시절 주변 환경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라면 그러지 않은 뇌보다 더 많은 길이 유지된다. 마치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길이 남보다 더 많이 남아있는 것과 비슷하다. 100가지 길을 가진 뇌와 단 하나 경부고속도로만을 가진 뇌의 생각 패턴은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같은 문제에 대해 다양한 길을 가진 뇌는 통계적으로 다양한 시야와 해석을 가질 수 있게 되지만, 생각의 길을 단 하나만 가진 뇌의 해결 방법은 확률적으로 남들의 방법과 비슷할 것이다.
생각의 길이 많을수록 남들과 다른 길을 갈
생각의 길이 많을수록 남들과 다른 길을 갈 수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유전적 돌연변이로 또는 부모님 덕분에 천문학적으로 뛰어나게 많은 생각의 길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있다. 보통 우리가 천재라 부르는 모차르트 같은 사람일 것이다.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저자나, 칼럼의 독자 대부분은 천재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창의력을 키우려는 사회와 기업이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미 천재적 뇌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을 위해 단 하나만 해주면 된다. '간섭하지 말기'다.

모차르트나 스티브 잡스로 태어난 사람을 대기업 '김 대리'로 만들지만 않으면 된다. 그리고 우리 같은 나머지 99.999%를 위해선 역시 단 하나만 지켜주면 된다. 우리에게 모차르트가 되어달라고 억지스러운 요구를 하지 말고,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의 길이나마 제대로 써볼 수 있는 생각의 다양성과 변화를 허락해 달라고….

아인슈타인·레오나르도 다빈치·오디세우스·히틀러….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생각의 혁신을, 그리고 다빈치는 그림에서 건축과 무기 설계까지 다루는 창의의 다양성을 잘 보여주었다.

그런가 하면 오디세우스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트로이라는 고대 문명을 멸망시켰고, 히틀러는 독일인들을 유대인 학살과 전쟁으로 유혹하는 군중 심리적 '창의력'의 예이다.

창의력의 공통점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생각의 길을 간다'는 것이지, 그 길 자체가 도덕적으로 바람직한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창의력은 결국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 창의력이지, 자신의 이익과 혜택만을 위한 이기적 창의력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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