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이 만난 사람] '핵무장'의 기수로 나선… 정몽준 의원

조선일보
  • 최보식 선임기자
    입력 2013.04.22 03:07

    "이웃집 깡패가 '최신 기관총' 구입했는데… '돌멩이' 들고선 집 지킬 수 없어"
    "미국의 '핵우산' 제공 약속은 '결혼서약서'와 같을 뿐, 결혼해 이혼할 수도 있지 않은가"
    "軍에서 말장난을 안 했으면 '발사 징후만 보여도 공격한다' '킬 체인 만든다'는 건 설득력 없어"

    "많은 분이 '아버님(정주영)이 금강산과 개성공단 사업도 했는데 북한에 좋은 얘기를 하시지'라고 말한다. 지금은 반대다.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박력(迫力)과는 무관하게 느껴졌던 정몽준 의원은 '강경론자'가 된 것 같았다.

    최근 그는 "이웃집 깡패가 '최신형 기관총'을 구입했는데 '돌멩이' 하나 들고서는 집을 지킨다고 할 수 없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할 수 있다" "미국 전술핵을 다시 들여와야 한다"고 발언해왔다.

    ―정치인으로는 '핵무장'을 처음 제기했다.

    "아침저녁으로 이 이슈에 매달리면서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핵(核)은 생각해보고 싶지 않은 주제이기 때문이다. 불가피해서 하는 것이다."

    ―왜 본인이 앞장서야겠다고 마음먹었나?

    "이런 질문은 솔직히 이해가 안 되고 답답하다. 북한이 핵무장을 함으로써 우리가 내몰린 것이다. 현 상태에서 어떻게 할 것이냐 생각을 안 하면 바보인 것이다."

    그는 7선(選)으로 최다선 의원이다. 대통령의 꿈도 아직 갖고 있다. 그러면 책임 있는 언행을 보여줘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가 '대중 정서'에 편승해, 현실성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정몽준 의원은
    정몽준 의원은 "많은 분이 '아버님이 금강산과 개성공단 사업을 했는데 북한에 대해 좋은 얘기를 하라'고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일부 우파 논객들의 영향을 받았나?

    "젊은 날 미국의 존스 홉킨스 국제정치대학원에 다닐 때 나는 '미국의 외교정책'이란 과목으로 자격 시험을 봤다. 당시 동서(東西) 냉전시대에 미국의 외교 전략은 대부분 핵 전략이었다. 핵은 핵으로써 억지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상황에서 생각하면 할수록 이것밖에는 답이 없었다."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하면 사람들 기분에는 들어맞고 보수층 지지는 받겠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만든다고 한 게 30년 전이고, 북핵 위기는 20년 전부터 있었다. 우리 사회가 정상이라면 '비상사태'를 선포했어야 한다. 국가로서 제대로 작동이 안 된 것이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80%가 '미(美)전술핵의 재배치'를 찬성했다."

    ―대중은 국제정치 질서 속에서 핵무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정서적으로 반응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 면도 있지만."

    ―책임 있는 입장에서 대중의 입맛대로만 따라가는 게 옳은가?

    "국가 이익 중에는 우리가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포함된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하고 출근하고 동료와 만나고 저녁 식사를 하는 일상에서 북의 핵위협으로 국민의 3분의 2가 편하게 느끼지 못한다. 이는 국가 이익이 심대하게 침해당한 것이다. 이게 하루 이틀이 아니고 몇 년이 가고 있다. 그래도 해결책이 안 보이고 점점 더 북한 위협을 느낀다면 이보다 더한 국익 침해가 어디 있나."

    ―핵무장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어느 쪽이 국가 이익에 더 도움이 되느냐인데.

    "가령 5년 뒤 북핵이 자동적으로 해결된다면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생각을 안 하고 조치를 안 취하면 상황이 갈수록 악화한다. 이렇게 간단히 질문하면 될 것 같다. 핵무장한 북한과 과연 평화 공존이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우리가 핵무장이 안 되면, 현재 국방력과 한미동맹으로도 답이 없다고 보나?

    "북한이 핵무장한 상태에서 우리 군이 과연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이는 마치 '결혼서약서'와 같은 것이다. 결혼한 남녀가 이혼할 수도 있지 않은가."

    ―미국의 '핵우산' 약속을 믿기 어렵다는 뜻인가?

    "상황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핵우산'에는 미국의 자동 개입 조항이 없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 동서 냉전 때 유럽은 미국의 핵우산을 놓고 많은 논쟁을 벌였다. 소련에 핵미사일을 쏠 경우 누가 결정하느냐, 선제공격이 포함되느냐 등을 갖고서 말이다. 우리는 '핵우산이 있다'는 걸로 끝이다. 우리 정부나 지식인들이 무책임한 것이다."

    ―일반 국민은 그전까지 '국방력에서 우리가 절대적 우위를 점해 북한은 결코 상대가 안 된다'고 잘못 믿어온 것인가?

    "미군의 군사력을 빼고 우리와 북한의 군사력만 비교한다면 절대적 우위라고는 할 수 없다. 북한의 배후에는 중국도 있다. 전투는 군인이 하지만 전쟁은 국민이 한다. 국민 전체적으로 어떻게 하느냐를 보면 우리가 강하다고 볼 수 있을까."

    정몽준 의원과 최보식 선임기자

    김관진 국방장관은 "도발 징후만 보여도 북 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하고 지휘부도 원점 타격해버리겠다"고 하지 않았나?

    "이는 아주 무책임한 말이다. 우리 군에서 '발사 징후만 보여도 공격한다' '킬 체인(Kill Chain·미사일을 탐지 식별해 동시에 타격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식의 말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군에서 그런 말장난을 안 했으면 한다."

    ―국민으로서는 위안이 되지 않겠나?

    "한·미 양국에서 북핵 대책이라고 내놓는 말들이 '아직은 소량화·경량화한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하진 못 할 것'이라는 식이다. 북한이 그런 식으로 완전히 핵무장할 때까지 우리는 기다리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매일 우리끼리 앉아서는 '북이 핵무기를 만드는 의도가 뭐냐, 협상용이냐'는 논의만 했다. 북이 핵 능력을 갖추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갖추는 게 우리 정부의 할 일이다. 그다음에 의도나 의사가 뭔지를 논의하는 것이다."

    ―핵무장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낭만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어려운 문제라는 걸 안다."

    ―정 의원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폐기했으니 우리도 NPT(핵확산 금지 조약)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나?

    "NPT를 우리는 대단한 것처럼 여기는데, 한마디로 실체가 없는 기구다. 5년에 한 번씩 회의를 개최할 뿐 사무국도 없다. 북한은 1993년 탈퇴 선언, 94년에도 탈퇴한다고 했고, 2003년에도 탈퇴 선언, 그리고 세 번이나 핵실험을 했다. 하지만 회원국들 사이에 '북한이 NPT 회원인가 아닌가'로 이견이 있고, 해결 노력도 안 한다. 그걸로 끝이다. 유엔안보리에 북한이 회부된 적도 없다."

    ―북한은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경제 제재를 받고 있지 않나?

    "핵실험을 해서 고립된 거지. NPT 탈퇴와는 무관한 것이다. NPT는 불량 국가에 대해서는 전혀 제재를 못하면서, 모범 회원국에 대해서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도 제재를 가한다. 이는 아주 잘못된 것이다."

    ―우리가 NPT를 탈퇴할 경우 일본과 대만 등 동북아에서 '핵 도미노'를 불러온다. 어느 나라도 인접국의 위협을 들어 핵을 보유할 수 있다는 논리에 빠진다.

    "일본이 핵무장하면 어떻게 하느냐가 고민인데, 북한이 핵무장을 계속하면 일본은 우리와 상관없이 할지 모른다."

    ―이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과 정면충돌한다. 개방 통상 국가로서 우리가 숱한 제재를 감당해낼 수 있을까?

    "우리가 지금 아무것도 안 하면 '핵 없는 세상'에 가까워지는 것인가. 국제사회라는 게 실제로는 미국인데, 미국이 우리나라에 제재를 가해 경제를 파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충분히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 우리는 핵무장을 하려는 게 아니고 북핵 폐기가 우선 목표다. 북핵이 폐기되는 순간 우리도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내년까지 '원자력협정 개정'을 앞두고 있다.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의 허용 여부가 쟁점이다. 이번 박근혜·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다. 국내에서 '핵무장론'을 제기하면 미국의 불신으로 당장 원자력협정 개정에 불리하지 않을까?

    "오히려 미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정몽준 의원이 정부와 짜고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이러는 게 아닌가'로 보기도 한다. 사실 핵무기와 원자력 협정은 별개 이슈다. 절박성에서 비교가 안 된다."

    ―현실성 없는 '핵무장론'은 오히려 북핵에 반대해온 명분을 잃게 할 것이다.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도 미국이 반대하는 마당에 실현될 수 없지 않은가?

    "누가 반대하나. 미국 하원에서 '재래식 무기와 전술핵을 서태평양 지역에 재배치하는' 수정법안을 냈다. 서태평양은 우리나라를 염두에 둔 것이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상원에서도 통과됐다."

    ―막상 전술핵이 다시 들어온다면 국내에서는 '반미·반핵' 여론이 들끓을 수 있다. 미국도 이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해당 법안을 보면 관련국과 상의하라고 되어 있다. 당연히 우리와 상의할 것이고, 우리는 국민과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동북아에서 미국과 군사적 균형을 원하는 중국이 허용하겠는가?

    "미국은 북한 정권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쉽게 생각했고,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기술적 능력이 안 될 것으로 봤다. 다 틀렸다. 앞으로 두 강대국이 현 상태를 인정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더 만들지만 말라고 할까 봐 걱정이다. 이들에게서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숫자는 큰 위협이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큰 문제다. 우리는 북 핵무기와 같이 살아갈 수가 없다."

    ―설령 우리가 핵무기를 갖는다 해도 북한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있을까?

    "견제가 될 것이다. 북한은 우리와 핵 폐기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이것 말고 북핵을 폐기할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

    ―차라리 '비핵화' 명분을 가지면서 국제사회와 공조해 계속 북한을 압박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해왔지만 실패하지 않았나. 다른 것은 다 실패해도 핵무장 하나는 성공했는데, 이것 하나로 북한이 대접받는데, 그런 압박에 북한 지도부가 핵을 포기하겠나."

    ―북한 민주화 전략으로 주민들의 의식을 각성시키고, 현재의 김씨 정권은 교체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그렇게 하기 위해서도 우리가 전술핵을 갖다놔야 한다. 우리가 그걸 하지 않으면, 북한 정권의 핵심들에게 '현재는 비록 어렵지만 시간이 가면 결국 남한이 항복할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가 "이제 멋있고 좋은 방법은 없다. 고통스럽고 나쁜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했을 때, 그에게 다른 면이 있었구나. 익숙한 이미지의 그가 낯설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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