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서 태어난 의자와 탁자

    입력 : 2013.04.19 03:04

    [밀라노 가구박람회 우수작, 한국 신인 디자이너 2人]
    금속·섬유 소재와 견고한 구조 "한국적이며 혁신적" 평가 받아

    박보미씨(사진 왼쪽), 노일훈씨.
    박보미씨(사진 왼쪽), 노일훈씨.
    두 사람의 가구는 다른 듯 닮은 구석이 많다. 먼저, 작고 세세한 단위가 규칙적·불규칙적으로 짜여 전체 구조를 이룬다. 이 구조를 휘감는 건 단단하고 차가운 검정 프레임. 프레임과 전체 구조가 도드라져, 마치 거대한 건축물을 조그맣게 축소해놓은 것 같기도 하다. 이렇듯 범상치 않은 디자인이지만, 의외로 그리 튀지 않고 주변에 잘 녹아든다.

    지난 14일 폐막한 올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 두 사람의 한국 가구 디자이너 얘기다. 각각 '라무스(Ramus)'와 '애프터이미지(Afterimage)'라는 이름의 가구 시리즈를 내놓은, 젊은 디자이너 노일훈(36)씨와 박보미(29)씨다. '신진 디자이너 등용문'으로 불리는 밀라노 박람회의 '살로네 사텔리테(Salone Satellite)'에서 두 사람의 작품은 '모던하며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전시 기간 우수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건축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두 사람의 말처럼, 이번 전시 작품은 건축에 기반을 둔다. 얇은 실이 전방위적으로 엉킨 듯한 노일훈씨의 '라무스'는 나뭇가지라는 자연적 형태와 탄소섬유라는 최첨단 소재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영국 건축전문학교 AA스쿨에서 공부하고 영국 유명 건축가 노먼 포스터 사무소에서 근무하기도 한 노씨는 "건축물을 설계하며 얻은 공법 지식을 가구 제작에 최대한 활용했다"며 "지금껏 전투기·포뮬러원 경주차 등에만 쓰인 탄소섬유를 사용한 최초의 가구일 것"이라고 했다.

    박보미씨의 스틸 테이블‘애프터이미지’(사진 위)와 노일훈씨의 탄소섬유 벤치‘라무스’.
    박보미씨의 스틸 테이블‘애프터이미지’(사진 위)와 노일훈씨의 탄소섬유 벤치‘라무스’.
    흔들리는 듯한 이미지가 몽환적인 박보미씨의 '애프터이미지'는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을 투영한 것이다. 건축가인 아버지를 따라 공사 현장을 다녔던 그는 현장 비계(건물을 지을 때 디디고 서도록 긴 나무를 다리처럼 걸쳐 놓은 설치물)의 불안정한 듯한 느낌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박씨는 "오직 기능만을 위해 설치된 비계가 신비하게 느껴졌다. 그 흔들리는 느낌을 최대한 담아냈다"고 했다.

    디자이너들은 "한국 전통 공예는 자연의 프랙탈(fractal·작은 구조가 전체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것) 구조에서 영감을 얻은 경우가 많다. 그걸 최첨단 소재와 견고한 구조로 풀어나가는 게 숙제"라고 했다. 전시를 둘러본 이순인 국제산업디자인협회 회장은 "두 사람의 작업은 금속과 섬유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한 고민과 '한국성'에 대한 모던한 시각이 도드라진다"며 "'고전의 재해석'에만 천착한 유럽 디자이너들의 정체된 작업 속에서 눈에 띄는 작품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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