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방송이 학술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대학생 일행에 학생이라고 속인 자사 기자를 잠입시켜 취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BBC 방송의 존 스위니 기자를 포함한 취재팀 3명은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런던정경대(LSE) 학생으로 위장해 북한에 다녀왔다. 특히 이 대학을 졸업한 스위니 기자는 현재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라고 신분을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평양을 비롯해 북한의 시골 마을, 비무장지대 등을 다녀왔다. 이 과정에서 몰래 취재한 내용을 15일 오후(현지 시각) BBC 방송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파노라마'를 통해 방영할 예정이다.
이번 북한 방문은 LSE 국제관계학부 소속 학생회가 주관한 행사였다. 대학 측은 일행 중에 학생으로 위장한 기자가 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전체 학생·교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BBC의 행동을 비난했다. 대학 측은 이런 행동이 학생들을 위험에 빠뜨릴 뻔했고, 취재를 위해 북한 당국을 속이는 바람에 앞으로 LSE가 북한이나 다른 나라에서 진행하게 될 학술 방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앞서 BBC 측에 사과와 함께 관련 프로그램의 방영을 취소하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BC 측은 "사전에 학생들에게 재차 기자들과 동행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경고함으로써 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반박했다. BBC 측은 체포나 감금, 향후 북한에 재입국이 불허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명확히 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교내 신문 인터뷰에서 "기자 한 명이 동행할 것이고 보도 내용에 학생들에 대한 언급은 없을 것이라고 들었다. 많은 학생이 이 기자가 단지 신문에 기사를 쓰는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또 LSE 학생회 사무총장 알렉스 피터스-데이는 "북한에 다녀온 학생들이 (위장 취재 때문에) 북한 정부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