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北核 해결할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조선일보
  • 정몽준 국회의원
    입력 2013.04.14 23:00

    정몽준 국회의원
    이달 초 미국 뉴욕과 보스턴, 워싱턴을 돌면서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을 만나 보았다. 월 스트리트의 한 인사는 뉴스의 90%가 한반도 문제라고 부풀렸고, 마침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북한과 연계된 테러 조직이 백악관을 점령하고 있었다.

    나는 가능한 한 직설적으로 얘기했다. 하버드 대학의 앨리슨 교수가 10년 전 저서에서 "북핵 문제는 230년 미국 외교 역사의 최대 실패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말을 서두에 꺼냈다. "북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움직여야 하는데, 중국은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핵 정책을 통제하기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핵 도미노가 일어날 염려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러한 중국의 안이한 생각이 바뀌려면 먼저 미국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당신들의 쿠바 위기 때보다 1000배 더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런 식이었다.

    미국인들은 중국을 움직여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상당수 미국인은 한국에 핵 정책의 재량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데에도 동의했다. NPT 체제가 북핵 해결에는 아무 역할도 못 했다면서 이에 대한 적절한 이해와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미국인들도 있었다. 우리와는 표현 방식이 다른 미국인들이 인사치레로 동의를 표시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의 위기에 대응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은 이들과 다르다. 미국은 재래식 무기로도 북한을 제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이 한반도에 스텔스 등 전략 폭격기를 보내 무력 시위를 한 것도 이러한 맥락일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의 지식인들도 이런 무력 시위가 북핵 사태의 해결책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력 시위는 북한이 핵무기를 쓰는 것을 진정시킬지는 몰라도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핵 문제는 군사적 시위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핵무기는 군사 무기이자 정치 무기이다. 군사적 방법으로만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목표는 전쟁에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예방하는 것이다. 동서 냉전의 교훈은 핵무기는 핵무기로만 억제된다는 것이다.

    한·미 관계는 현대사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동맹 체제라고 한다. 하지만 북핵을 저지하는 데는 실패했다. 아무리 긴밀한 동맹이라 해도 국가 이익이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정치적으로 가장 가깝다는 이스라엘이 핵무장을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귀국해서 보니 또 다른 세상이다. 어떻게 해서든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절박감이나 의지, 자신감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정부는 여전히 과거와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 반해 미국 내에서는 전술 핵을 한반도에 다시 배치하는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미 의회는 "북핵에 대처하기 위해 핵무기의 전진 배치를 포함한 무력 증강 등 가능한 대안을 국방부장관이 180일 내에 의회에 보고하라"는 법을 통과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이 금년 1월 2일 서명한 이 법에 따라 국방부는 현재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예정대로라면 7월 초에는 보고서가 제출된다. 미국은 이렇게 움직이는데 오히려 우리 정부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의 3분의 2가 전술 핵이나 자체 핵무장에 찬성하는 상황에서 습관적으로 "핵 보유나 핵무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핵무장한 북한과 우리가 평화 공존할 수 있을까? 그 답이 '노'라면 이 문제를 해결할 당사자는 우리밖에 없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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