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0일 해외판 1면에 "한반도 정세는 북한 성질대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작년부터 한반도 긴장이 계속 고조된 것에 대해 북한은 남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없다"고 주장하는 글을 실었다. 이 논평은 인민일보가 주요 국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때 흔히 써오던 '망해루(望海樓)' 란에 실렸다. 중국 최대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신문이다.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도 이날 '원인이 무엇이든 북한이 도를 넘었다'는 사설을 실었다.
중국이 관영 매체를 통해 이례적으로 북한을 공개 비판하고 나선 것은 북한의 전쟁 위협과 도발 움직임이 동북아 정세 안정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뤄 미국과 함께 세계 지도국가로 부상하려는 중국의 국가 목표와 국익을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공개적으로 관영 매체에 대북 경고를 실어야 할 만큼 중국·북한 간의 의사 소통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이후 중국·북한 간 고위급 교류가 사실상 끊어졌다고 한다.
중국은 북한이 연일 '전쟁 임박' 운운하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의 신변 안전이 염려스럽다는 이유를 들어 10일부터 중국인의 육로(陸路)를 통한 북한 관광 여행을 중단시켰다. 북한은 지난 3월 김도준 조선관광총국장을 중국에 보내 "전쟁은 없을 테니 중국인 관광객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었다. 2011년 19만여명을 기록한 중국 관광객은 북한의 주요 외화(外貨) 소득원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중국 내 북한 은행들의 환투기를 단속하는 등 그간 눈감아 준 북의 탈·불법 행위들도 제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전쟁을 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북(對北) 원유 지원은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석유의 대부분을 중국으로부터 받아 쓰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북의 돈줄을 죄기 위해 추진 중인 북한의 대외 결제은행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전쟁 도발을 막을 결정적 수단은 아직 뽑아들지 않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10일 "북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미국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까지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11일에도 "이제 단추만 누르면 (미사일이) 발사되게 돼 있고 발사되면 원수들의 아성이 온통 불바다가 될 판"이라는 협박을 계속했다. 이날 오전에는 북한·중국 접경 지역인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특수 부대가 헬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군사 훈련을 했다. 지금 시급한 일은 북한의 도발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전쟁용으로 쓸 수 있는 물자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 북한에 국제사회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첫 걸음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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