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백석(1912~1996)이 번역한 영국 작가 토머스 하디의 장편소설 '테스'가 출판사 서정시학에서 새로 출간됐다.

1940년 조선일보 자회사인 출판사 조광에서 '테쓰'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던 작품을, 서울대 방민호·연세대 최유찬·고려대 최동호 교수가 발굴해 새로 편집한 것이다. 시인으로서의 독창성뿐만 아니라 번역가로도 빼어났던 백석의 우리말 솜씨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소리 없는 두 박퀴 달린 아츰 우편마차가 이때도 언제나 마찬가지로 화살같이 이 오솔길을 달려오다가 불도 없이 뜨즉뜨즉 가는 '테스'의 짐수레에 부닥처 벌인 것이다. (…) 그 상처로는 생명의 피가 내를 지어 풍풍 쏟아지는 속에 씩씩 소리를 내이며 길바닥에 나가 넘어져 있었다."(조광사 '테쓰' 43쪽)

제4장에서 테스가 새벽에 수레를 끌고 가다 마차 사고를 일으킨 장면이다. 서울대 방민호 교수는 백석의 번역에 대해 "충실성도 충실성이지만, 가독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고자 한 번역 태도의 소산"이라고 했다. '뜨즉뜨즉'(띄엄띄엄) '풍풍' '씩씩' 등 의성어와 의태어로 생동감을 주고 있다는 점도 매혹적이다.

고려대 최동호 교수는 "최대한 백석의 문장을 살리되 오늘의 독자가 읽을 수 있는 판본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면서 "방언의 고유한 특색을 살리면서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난해어를 수집하고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