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서 新자유주의로… 세계사적 패러다임을 만든 지도자

입력 2013.04.09 03:04

[전문가가 본 대처리즘]
단기적인 포퓰리즘보다는 장기적인 성장기반 마련… 냉전 종식 중재자로도 기여
독선 때문에 신자유주의를… 인간의 얼굴을 하지 않은 이데올로기로 비치게 만들어

"복지국가에서 신자유주의로 세계사적 패러다임 변화를 만들어낸 지도자."(강원택 서울대 교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1945년 이후 자리잡은 영국의 '복지 국가' 전통을 변화시켜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정치인이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대처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보수·노동당 할 것 없이 모두 국민들이 좋아하는 복지국가 패러다임을 이어갔지만 대처가 총리로 재임한 11년간 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마거릿 대처(왼쪽) 당시 영국 총리가 1990년 7월 4일 넬슨 만델라 당시 아프리카민족회의(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해방조직) 의장을 런던 총리 관저에서 영접하고 있다.(왼쪽 사진) ,마거릿 대처(오른쪽) 당시 영국 총리가 1982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덩샤오핑(鄧小平) 공산당 주석과 영국 식민지 홍콩 반환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오른쪽 사진) /로이터 뉴시스, AP.
대처가 총리가 되기 직전인 1979년 1월부터 3월까지 영국 사회는 공공부문 노조의 파업으로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이른바 '불만의 겨울'로 불리는 총파업으로 인해 학교·공항·병원 등이 전면 마비됐다. 국민들도 계속되는 파업 사태를 지켜보면서 공공부문 노조가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

대처는 특권을 가진 노조,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공기업에 '칼날'을 대면서 '환부'를 도려냈다. 최진우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 단기적인 포퓰리즘 정책보다는 장기적으로 경제의 안정적인 기반을 닦으려고 했던 것"이라며 "당시 노동자들은 단기적으로는 고통을 받았지만 장기적으로는 1990년대 영국 경제가 호전되는 기틀을 닦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로서 대처가 가진 카리스마와 리더십은 종종 양면의 평가를 받는다. 대처는 내각 각료 조직보다는 다우닝가(총리 관저) 측근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정책을 밀고 나갔다. 대처가 내린 결론에 각료들은 반대 의견을 꺼내기 어려웠다고 한다. 고세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는 "대처는 독선적 스타일로 인해 1990년 당내 반발로 현직에서 물러난 사실상의 첫 총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연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처의 고집 때문에 개혁이 가능했겠지만 그의 자기 중심적이고 비타협적 성격으로 인해 신자유주의를 인간의 얼굴을 하지 않은 이데올로기로 비치게 했다"고 했다.

대처의 장기 집권에는 운도 따랐다. 포클랜드 전쟁에 강력히 대처함으로써 1983년 선거에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당시 야당인 노동당이 출범 이후 최악의 내분 사태를 겪고 있었던 것도 장기 집권에 도움이 됐다.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발발 이듬해 포클랜드 섬을 방문한 마거릿 대처(가운데) 당시 영국 총리가 영국 군인들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포클랜드 섬은 아르헨티나로부터 480㎞, 영국으로부터 1만3000여㎞ 떨어진 곳으로 1816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아르헨티나가 영국 등 열강들이 점령하던 섬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영국과 전쟁을 벌였다. 대처는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정치적 역량을 과시,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 영국은 포클랜드 섬을 1833년 영국령으로 선포했다. /데일리메일
대처는 현재 영국의 정치 지형을 만들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노동당인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대처의 '비판적 계승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강원택 교수는 "블레어는 당은 다르지만'대처의 적자'라는 표현을 들었다"고 했다.

냉전 종식의 중재자로서 대처의 역할도 크다. 대처는 1986년 1월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핵무기 감축 회담을 갖도록 물밑 작업을 펼쳤다. 이 회담은 결렬됐지만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는 1년 후 열린 회담에서 중거리 핵전력 폐기에 합의했다. 대처는 고르바초프와 레이건을 여러 차례 만나면서 신뢰 관계를 쌓아 냉전을 종식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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