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개국 기자 86명 참여… 15개월간 250만개 파일 분석

입력 2013.04.05 03:03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검은돈 명단 공개' 프로젝트]
호주 탐사전문 기자가 방대한 양의 자료 갖고 찾아와… 다국적 팀 꾸려 비밀리에 분석

15개월 전 호주의 탐사전문 기자 제러드 라일(Ryle)이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를 찾아왔다. 그는 세계 최대 조세 피난처로 알려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와 거래해 온 사람들의 명단을 밝혀줄 정보를 갖고 있었다. 정보의 양은 컴퓨터 파일 250만개에 달할 만큼 방대했다. ICIJ의 부(副)책임자인 마리나 워커 게바라는 "라일 기자가 ICIJ의 좁은 사무실에서 자료 분석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 놀랐다"며 "우리는 이것이 국제적 차원의 일이라는 걸 곧 깨달았다"고 말했다.

ICIJ는 라일을 책임자에 임명하고, 애초 5~6명으로 팀을 꾸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인원으로는 자료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확인하고 자료를 분석하는 게 불가능했다. ICIJ는 더 많은 기자로 '다국적 팀'을 꾸리기로 했다. 이 작업에는 결국 워싱턴포스트와 BBC·르몽드·가디언 등 46개국 기자 86명이 참여했다. 세계 언론사상 최대 작업 중 하나가 된 버진아일랜드 외국인 명단 공개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260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원자료는 완전 주먹구구로 만든 것이었다. 엑셀 파일과 이메일, PDF 파일, 여권 사진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이번엔 영국인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자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ICIJ에 무료로 제공했다.

파키스탄의 기자는 열악한 인터넷 사정 때문에 자료를 받는 데 애를 먹어야 했다. 특종 욕심이 많은 기자에게 비밀을 지키게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부책임자인 게바라는 "기자들이 각국의 전·현직 대통령과 거물 정치인 이름을 하나씩 훑어갔다"고 말했다.

그런 작업 과정을 거쳐 필리핀의 이멜다 마르코스 등 거물의 이름이 하나씩 튀어나왔다. 그중에는 배우자 몰래 자신의 재산을 숨겨 놓은 평범한 사람들도 있었다. ICIJ 설립자인 덩컨 캠벨은 "이번 작업은 인고의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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