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 전형은 대학이 '가르치고 싶은 학생'을 뽑는 데 그 목적이 있어요. 자기소개서나 면접 등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알리려면 무엇보다 자신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서울 문현고를 졸업하고 올해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신입생이 된 김주현(18)씨는 지난해 수시모집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 등 총 4개 대학에 동시 합격했다. 지원 전공은 모두 중어중문학과. 중국어를 공부해본 적은커녕 중국 여행 한 번 가본 적 없는 그는 "흔히 입학사정관 전형 하면 자기 이름의 논문을 발표하거나 큰 상을 받는 등 대단한 활약을 해야 합격할 수 있는 전형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백이현 인턴기자

◇시간 충분히 두고 '나' 자신부터 이해해야

"고 1 때 김하중(66) 전 주중국대사관 대사가 쓴 책 '하나님의 대사'(규장문화사)를 읽고 '나도 주중대사가 돼 중국에서 힘들게 생활하는 한국인 목회자와 탈북자를 도와야겠다'는 꿈을 품었어요. 그러려면 무엇보다 현지인의 신뢰가 필요할 것 같아 일단 그들의 언어와 문화부터 배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게 중어중문학과 지원 계기가 됐죠. 목표가 생기자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고 부단한 노력 끝에 1학년 때 1.64등급이었던 내신 성적을 2학년 때 1.28로, 3학년 때 1.07로 각각 높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오로지 '공부'밖에 없었어요. 그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이상은 김씨가 고 3 당시 작성한 대학 입시용 자기소개서의 '(중어중문학과)지원동기' 부문 중 일부를 재구성한 것이다. 그는 "자기소개서를 효과적으로 작성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첫 단계는 담임 교사와의 면담이다. 그는 일단 3시간씩 두 차례에 걸쳐 '브레인스토밍' 형식으로 자신의 고교 생활을 되짚었다. 학급에 도움이 되고자 1학년 내내 교실 쓰레기통 비우는 일을 도맡았던 경험에서부터 전교 부회장으로 일하던 중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의 '학 학급 한 생명 돕기' 운동을 도입하고 반대하는 친구들을 설득했던 경험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떠올렸다.

그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땐 단순한 사실 나열에 그치지 말고 당시 자신이 느낀 감정과 노력, 배웠거나 달라진 점 등을 기억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활동은 '양'보다 '질'… 작성 기간은 충분히

김씨에 따르면 입학사정관 전형 지원 시 '그저 많기만 한 활동'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입학사정관 전형 지원 사실이 알려졌을 때 누구나 부러워한 친구가 있었어요. 겉보기에 정말 다채로운 활동을 했던 아이였죠. 하지만 그 친구도 정작 자기소개서를 쓸 땐 어떤 걸 써야 할지 몰라 고민하더라고요. 본인이 의미를 두고 참여한 활동이 몇 개 없다 보니 특별한 얘깃거리도, 활동 간 일관성도 없는 게 문제였죠."

자기소개서 작성 시 다음으로 필요한 단계는 문서 전체를 아우르는 키워드(keyword)를 정하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그 특성상 너무 많은 걸 알리려다 보면 오히려 주목도가 떨어지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김씨는 "열정·노력·재능·도전 등 간결한 주제어를 하나 정한 후 소개서의 전체 항목을 여기에 맞춰 통일성 있게 작성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자기소개서를 하루 만에 다 쓰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두는 게 좋다. 김씨도 "하루 1개 항목을 쓴 후 담임 교사에게 조언을 받아 수정, 보충하는 방식으로 총 3주에 걸쳐 자기소개서를 완성했다"며 "작성 기간 동안 나 자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면접 때도 관련 질문에 당당하게 답변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스펙에 연연하지 말길… 투박해도 '내 것'을

김씨는 자신의 입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모교 후배들과 몇 차례 만났다. 당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별다른 스펙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고자 하는 학생은 (대단한 스펙 보유자가 아니라) 학교 생활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조언했다.

"제 경우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 고교 시절 매년 교내 논술대회에 출전했어요. 수상 실적은 전혀 없었죠. 하지만 제 나름대로 얻은 게 많았어요. 1학년 땐 그저 글을 쓰는 정도였는데 이듬해엔 지문을 분석할 수 있게 됐거든요. 3학년 땐 주제에 맞는 글을 쓸 수 있는 정도가 됐고요. 당시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넣었고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는 "아무래도 감이 잘 안 잡힐 땐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자를 뽑아야 하는 교수 입장에 서보라"고 말했다. "멋진 문장과 화려한 지식은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어요. 하지만 노력을 통해 얻은 경험의 가치는 쉽게 가르치기 어렵죠. 투박하고 솔직해도 좋으니 온전한 '나만의 문장'으로 자신의 얘길 들려주세요. 진정한 스펙은 '남에게 없는 뭔가를 뽐내는 것'이 아니라 '남이 미처 생각지 못한 데서 의미를 찾아 실천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