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영변 核시설(냉각탑) 폭파는 '쇼'였다

조선일보
  • 이하원 기자
    입력 2013.04.03 03:05 | 수정 2013.04.03 06:11

    2008년 CNN 등 불러다 중계… 테러지원국서 해제되고선
    어제는 "核시설 재정비, 영변엔 5㎿ 흑연감속로 재가동"
    1년내 核실험 최소한 한 번 더 할 수 있는 核물질 얻을 듯

    2008년 6월 북한이 '불능화'를 한다며 실행한 영변 5MW 원자로의 냉각탑 폭파는 철저히 계산된 '쇼'였음이 드러났다.

    북한의 원자력총국 대변인은 2일 "우라늄 농축 공장을 비롯한 영변의 모든 핵시설과 함께 5MW 흑연감속로(원자로)를 재정비, 재가동하는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원자력총국 대변인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경제·핵 무력 병진(竝進) 건설' 노선에 의해 '자립적 핵동력공업'을 발전시키는 조치의 하나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2008년 냉각탑 폭파… 2008년 6월 27일 북한이 영변 5MW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고 있다. 북한은 2007년 10₩3 합의에서“영변의 5MW 실험용 원자로, 재처리시설(방사화학실험실) 및 핵연료봉 제조시설의 불능화”를 하기로 하고, 이 조치의 일환으로 미국의 CNN방송 등이 중계하는 가운데 냉각탑을 폭파했다. /로이터 뉴시스
    북한은 2007년 북핵 6자회담 합의(10·3합의)에서 "영변의 5MW 실험용 원자로, 재처리시설(방사화학실험실) 및 핵연료봉 제조시설의 불능화"를 약속하고, 이 조치의 일환으로 2008년 6월 27일 냉각탑을 폭파했다. 당시 국무부 한국과장이었던 성 김 현 주한 미국 대사가 현장에서 이를 지켜봤다. CNN 등 미국 방송이 냉각탑 폭파 장면을 중계하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12일 북한이 주장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의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의 냉각탑 폭파는 기만적인 조치라는 분석이 당시에도 제기됐는데, 이번 발표로 냉각탑 폭파는 국제사회를 현혹시키는 쇼였음이 드러났다"며 "북한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리를 모두 챙기고, 6자회담 합의를 파기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6월 27일 영변 5MW 원자로의 냉각탑이 폭파되는 것을 지켜본 성 김 당시 국무부 한국과장(왼쪽·현 주한 미국 대사)이 북한 측 관계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 뉴시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는 냉각탑이 없이도 북한이 원자로를 재가동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5MW 원자로를 포함, 영변의 핵시설을 다시 가동할 경우 1년 내에 최소한 핵실험을 한 번 더 할 수 있는 분량의 핵물질을 생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지금까지 북한은 영변 핵시설이 전력 생산 등을 위한 원자력 발전용이라고 했는데 이번 조치는 이곳이 결국 핵무기 생산용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비핵화의 중요한 문서인 9·19 공동성명을 비롯, 중요한 합의문서를 언제든지 휴지 조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번 발표는 앞으로 북핵을 동결(凍結)하는 차원의 합의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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