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校 교장·교감도 줄줄이 '논문 짜깁기'

    입력 : 2013.04.02 03:01

    [죄의식 없는 '표절 대한민국'] [6] '스펙 따기'에 눈먼 교육계

    -도를 넘은 교육자 표절
    인터넷서 떠도는 글 베끼기도
    -넘쳐나는 '석·박사 교사'
    8년 새 학위 소지자 50% 늘어
    -논문 표절 빈번한 이유
    학위 취득하면 승진때 혜택받아

    사회 명사와 대학교수, 예·체능계 인사들에 이어 일선 서울 일대 고교 교장·교감들의 논문 표절도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1일 본지 확인 결과 서울 A외고 B교장과 강남구의 유명 공립 C고교의 D교장, 자율형 사립 E고교 F교감의 학위논문 상당 부분이 다른 연구자의 학위논문이나 학술지를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A외고 B교장의 2008년 홍익대 대학원 박사 학위논문 '학교장의 감성 지능 및 직무 역량이 리더-구성원 교환관계(LMX)를 매개로 직무 만족과 조직 몰입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 2편의 기존 학위논문을 짜깁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다른 연구자의 학위논문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았고, 최소 8쪽을 '복사'하는 수준으로 베꼈다.

    B교장은 표절 대상 논문이 새롭게 해석한 창의적 개념도 자신의 연구 성과인 양 그대로 베꼈다.

    공립 C고교 D교장의 2009년 홍익대 박사 학위논문 '교육 전문직 평가의 준거 개발에 관한 연구' 역시 상당 부분 표절로 드러났다. 그는 국내 연구자의 학위논문 3편 이상을 그대로 짜깁기해 논문을 작성했으며, 문장 속 어미(語尾)와 단어 일부만 교체하는 수법을 썼다. '교장'을 '교육 전문직'으로, '역할이다'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는 식으로 일부만을 바꿨다.

    자율형 사립 E고교의 F교감은 신라대 교육대학원 석사 학위논문을 작성하면서 최소 2편의 논문과 인터넷상에 떠 있는 다른 사람의 글을 베꼈다.

    F교감은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인용하면서 인용 부호를 일부 달긴 했지만 대부분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각주(脚註)까지 베꼈다. 그는 오래된 논문을 베끼면서 자신의 석사 학위 취득 시기에 맞춰 논문 내용 시점을 바꾸는 수법까지 썼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본지 통화에서 "현직에 있으면서 정신없이 쓴 논문이었다. 죄송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세 사람의 논문을 본 한 서울대 교수는 "논문을 짜깁기한 것은 그대로 가져다 복사한 것보다 더 나쁜 행위"라고 말했다. 교육부 규정에 따르면 교사가 학위를 취득하면 승진 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위를 따게 되면 승진 점수를 받는데 소수점 단위로 결정되는 승진 심사에서 이 점수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학교 교사는 "공립은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면 승진에서 큰 차이가 난다. 사립도 학위가 있으면 내세우기 좋기 때문에 교감·교장을 할 때 유리한 점이 있다"고 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 교원 46만1406명 중 13만8094명(29.9%)이 석사 학위, 4542명(0.9%)이 박사 학위 소지자다. 2005년보다 석·박사 교원이 50% 이상 늘어났다. 특히 고교 교사 10명 중 4명은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명지대 강규형 교수는 "교사들이 학문적 요건에 부합하는 논문을 쓰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교원 평가제도를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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