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부 장관에 내정됐다 자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김종훈 전 내정자가 지난 31일(현지 시각) 미국 언론에 기고문을 싣고 "한국의 민족주의가 '이방인'인 나를 가로막아 장관직을 사퇴했다"고 했다. 지난달 본지에 이메일을 보내 소회를 밝힌 데 이어〈3월 20일자 A1면 보도〉 다시 심경을 밝힌 것이다. 그의 발언에 대해 "미국 언론에 대고 한국 욕을 한다"는 비난이 일자, 그는 1일 다시 본지에 이메일을 보내 "취지가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김 전 내정자는 워싱턴포스트 3월 31일자에 기고한 '새로운 세계의 낡은 편견'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장관직 수락이라는 결정을 처음 내릴 때 내가 좀 순진했다. 정치권과 관료사회의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들이 나의 장관 지명을 반대했으며, 대부분 국적 문제와 이른바 '애국심 부족'을 근거로 내세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 대한 마녀사냥에 견줄 만한 거친 반응들이 올라왔다"며 "나는 스파이이고 나의 아내는 매춘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묘사되는 등 중상모략 당했다"고 했다.

그는 또 "나는 미국을 매우 사랑하며 언제 어디서든 미국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내가 태어난 한국도 항상 사랑한다"고 했다. 그는 "21세기에 가장 성공한 나라는 국적을 따지는 낡은 편견을 넘어서는 국가가 될 것"이라며 "나의 이야기에서 한국이 그들의 전통적 자긍심을 수용할 수 있는 창조적인 씨앗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날 인터넷에선 김 전 내정자의 기고문과 관련해 비판적인 댓글이 상당수 달렸다. "자기 탓은 안 하고 왜 미국 언론에 대고 한국 탓만 하느냐"는 게 주 내용이다. 이런 논란이 일자 김 전 내정자는 본지에 이메일을 보내 "기고문의 초점은 내가 왜 포기했느냐가 아니라 내가 얻은 교훈이었다"며 "의도치 않게 한국인들을 화나게 한 것을 보면 난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