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따내려… 명문대 교수도 자기논문 다시 베껴[정정내용 있음]

    입력 : 2013.04.01 03:10 | 수정 : 2013.11.18 09:46

    죄의식 없는 '표절 대한민국' [5] 양심 파는 대학

    -실적 부풀리기 성행
    석사 논문 데이터 재탕하거나 서론·제언 등 순서 바꿔 짜깁기, 문장 일부 단어만 바꿔 제출
    -대학, 가벼운 징계
    5년간 표절 교수 83명 적발… 해임·파면 중징계 24명 그쳐


    서울의 K대학교 연구팀은 한 연구원의 석사 학위논문의 핵심 연구 데이터를 재탕해 WCU 연구 성과로 제출했다. 해당 연구팀 대표 교수는 "석사논문을 학술지에 인용 없이 다시 올리는 것은 학계의 관행"이라고 말했지만, WCU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연구재단은 "사업 취지에 어울리는 행동이 아니다"라고 했다.

    연구비를 따오거나 자신의 실적을 과장하기 위해 학계에서 자기 표절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WCU 사업 공모 1차 심사를 통과했던 연세대 S 교수도 제출 논문 자기 표절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S 교수는 "(저명 교수의 논문을 싣고 싶어하는) 국내 학회들이 실어달라고 부탁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고, 연세대는 S 교수에 대해 중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S 교수에게 '2007년 올해의 OO과학기술자상'을 수여한 교육부는 시상(施賞) 취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연구재단은 "현재 S 교수의 상훈은 아무 문제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대학 관계자는 "평생 한 분야만을 연구하는 교수·학자들은 항상 자기 표절 유혹에 시달린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매년 새 논문을 써야 실적이 쌓이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분야의 교수들은 예전 연구에 약간의 성과만 보태 논문을 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때 문장을 손이라도 좀 보고 논문을 내야 하는데 그런 성의마저 안 보이는 교수들이 많다"고 했다.

    표절에 관대한 학계의 태도가 실적 부풀리기용 자기 표절까지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올해 3월 입각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윤성규 환경부장관,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각각 학술 논문과 박사 학위논문 자기 표절 의혹을 받았지만, 청문회를 통과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8~2012년 6월 30일까지 교수 83명이 논문 표절로 각종 징계를 받았지만, 이 중 해임·파면은 24명에 그쳤다. 54명에게는 단순 경고·견책 등의 경징계 조치만 취해졌으며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학교에 따라 징계 수위가 달랐다.

    학계의 빈번한 자기 표절에 대해 한 서울대 교수는 "자정작용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15~20년 전쯤부터 학계에 양적인 연구 실적 측량 시스템이 도입됐고, 해외 학술지 게재 열풍이 불면서 교수들이 연구 실적 채우기에 급급해졌다"면서 "이 때문에 논문을 통한 사회문제 논쟁이 사라졌고 서로의 논문은 보지 않는 풍토가 생겼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대 교수는 "일부 연구자들에게 자기 표절, 중복 게재 등 엄연한 연구 부정(不正)이 일종의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논문 게재 실적 등 양적 성과가 연구비 지원과 교수 개인의 승진·평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일부 교수들이 연구윤리를 저버리는 유혹에 빠진다"고 진단했다.

    ☞자기 표절(Self-plagiarism)

    자신의 옛 저작 중 상당한 부분을 똑같이 또는 거의 똑같이 다시 사용해 새로운 연구결과나 성과·업적으로 사용하면서 원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 학계에서는 ‘중복 게재’ 또는 ‘중복 출판’이라고도 불린다.


    <명문대 교수 자기표절>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지는 4월 1일자 10면 '표절 기획기사'에서 연세대 S교수가 실적을 과장하기 위해 자기표절을 한 듯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연세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측은 보도기사와 같은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혀왔으며, 해당 교수는 논의 대상이 된 영문 논문은 국문 논문을 발전시켜 게재한 것으로 추후 인용사사를 게재했고 국내 학회들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국내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고 해명한 사실도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교육부는 2007년 과학기술자상 시상 취소를 검토한 바 없으며 한국연구재단은 시상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본 보도와 관련하여 S교수에게 유감을 표명합니다. 이 내용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 바로잡습니다
    ▲본지 2013년 4월 1일자 A10면 '연구비 따내려…명문대 교수도 자기 논문 다시 베껴' 기사와 관련, 이화여대 최경희 교수팀의 고교 과학과 지속가능발전 교육 논문은 중학교 과학과 지속가능발전 교육 논문을 자기 표절한 것이 아니며, 두 논문은 WCU 사업평가 대상이 아님이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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