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이러다 정말 무슨 일 나는 것 아니에요?"

요즘 많이 받는 질문이다. 북한이 연일 전쟁 위협 발언 수위를 높이면서 초면(初面)인 사람도 이렇게 묻는다. 그때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 말을 인용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는 해야 하지만 짖는 개는 물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심시키곤 한다.

실제로 북한은 초강경 위협을 했을 때보다는 우리가 방심하고 있을 때 고강도(高强度) 도발을 한 적이 많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 등에선 전쟁을 불사할 듯 긴장 수위를 높여갔지만 실제 고강도 도발은 하지 않았다. 반면 2002년 제2 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도발은 그다지 군사적 긴장이 높지 않아 우리 군의 경계 태세가 느슨해졌을 때 벌어졌다.

남북한 정권이 처한 상황도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 등 남북 무력 충돌 가능성을 낮게 해준다. 북한 김정은은 팽팽한 긴장 상황을 북한 체제를 결속하고 한·미를 대화의 장(場)으로 끌어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천안함 폭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같은 고강도 도발을 감행하면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강력한 보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은의 권력 기반을 흔들 수 있다. 단기적으로도 4월 중에는 김일성 생일(15일), 북한군 창건 기념일(25일) 등 굵직굵직한 북한 기념일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에 '잔칫날' 분위기를 깰 위험이 있는 고강도 도발은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제 출범 1개월을 넘긴 박근혜 정부도 실제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생길 경우 향후 5년 내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무력 충돌에 따라 국방 예산 등 안보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경우 박 정부의 대표 상품인 '국민 행복 시대' '복지 증진'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원치 않고 국면 전환점을 찾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북한이 실제 도발을 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그 형태와 수준은 고강도 도발이 아니라 사이버 테러, GPS 교란, 판문점 무력 시위, NLL 인근 포 위협 사격 같은 중·저강도 도발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판과 실수에 따른 충돌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게 문제다. 이제 29세에 불과한 김정은은 군사 상식에 벗어나는 즉흥적이고 치기(稚氣) 어린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미그-29 전투기, 공기부양정, 170㎜ 장사정포, 무인 타격기 등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무기들을 공개해 우리 군의 정보 수집에 도움을 주고 있고, 한밤중에 최고사령부에 군 수뇌를 불러 회의한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군 고위 소식통은 "럭비공 같은 김정은이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남북한군 모두 경계 강화 조치가 장기간 지속돼 피로도가 높아져 있는 것도 우려한다. 실수에 따른 충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군, 국민 모두 냉철한 현실 인식과 적절한 상황 관리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한다면 이번 안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