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동서남북] '진짜 뉴스'가 공짜여서는 안 된다

입력 2013.03.28 23:52

인터넷 뉴스 넘쳐도 '진짜 기사' 드물어…
싼값에 뉴스 사서 공짜로 뿌리는 포털 '창조 경제'에 부적합
사회 전체에도 폐해… 책임있는 언론 보도 대체할 수는 없어

이철민 뉴미디어실장
이철민 뉴미디어실장
'뉴스'가 넘쳐난다. 미처 소화하지 못할 정도다. 주요 돌발 뉴스라도 발생하면, 기자의 스마트폰엔 국내외 언론사가 보내는 문자 속보가 말 그대로 초(秒) 간격으로 뜬다. 언론사 간 경쟁은 이렇게 치열하지만, 지난주 미국의 퓨(Pew) 리서치센터가 '2013년 미디어 현황' 연례 보고서에서 밝힌 미 언론사들의 모습은 암울하다. "지난 10년간 편집국 인력은 30% 감소했다" "지역 TV 방송국의 방송 중 40%는 '진짜(real)' 뉴스가 아닌, 스포츠와 교통 안내로 채워진다" "인쇄 광고 시장은 1982년 이후 처음으로 200억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언론사는 올해를 편집국 규모 감축 발표로 시작했다.

국내 언론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종이로 옮겨지던 콘텐츠가 디지털로 옮겨지는 순간, 사람들은 "콘텐츠는 공짜"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들은 '디지털 시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요 언론사가 애써 생산한 뉴스를 헐값에 사들여 네티즌에게 공짜로 뿌린다. 결국 재정이 어려운 일부 언론사는 갈수록 질(質)이 떨어지는 뉴스를 생산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늪에 빠졌다.

손끝에서 한없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뉴스의 최종 소비자에겐 이런 얘기가 시대 흐름을 못 읽은 전 세계 언론사들의 푸념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막대한 지적(知的) 노동력을 투입한 특종·발굴 기사가 인터넷에서 고작 1000번 노출에 수백원(CPM) 하는 광고에 의존해 무료로 제공되는 현실에선 계속 고(高)품질 뉴스를 기대할 수 없다.

독자적인 뉴스는 생산하지도 못하면서, 네이버나 구글과 같은 회사는 '시장 지위'를 악용해 전통적인 언론사들이 공력(功力)을 기울여 제작한 뉴스를 긁어모으고 디지털 광고 시장까지 독식(獨食)해 돈을 번다. 이는 '창조 경제'와도 거리가 멀지만, 결국 그 폐해는 사회 전체로 돌아간다. 그러고도 모자라는지, 하루 1200만명(순방문자·uv)이 찾는 네이버가 초기 화면 검색창 밑에 의도적으로 띄우는 권유 검색어는 온통 연예인들의 '고백' '해명' '실명(失明) 위기' '결혼 계획'뿐이다. 한국인의 그날 관심사를 연예인 기사에 쏠리게 하고, TV 연예·오락 프로그램 내용을 재탕·삼탕한 '싸구려' 뉴스에 푹 빠지게끔 유도한다.

하긴 '진짜 뉴스' '싸구려 뉴스'라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시대에 대한 몰(沒)이해 탓인지도 모르겠다. 기업 발전을 전공한 한 KAIST 교수는 기자에게 "시장을 이기는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 시장은 스포츠와 연예, 소프트(soft)한 콘텐츠를 좋아한다"고 충고했다.

이 충고가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책임 있는 언론사의 보도는 사람들의 기호(嗜好)만을 좇을 수 없다. 정치인·관료의 비리, 정부 실책(失策)을 파헤치고 복잡한 사안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고급 인력이 장시간 취재해 정제된 문장으로 가다듬는다. 이런 뉴스는 결국 정책과 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한 차원 높인다. 이런 고(高)비용의 '진짜 뉴스'는 무료여서는 안 된다. 흥미를 북돋는 싸구려 재탕 뉴스가 아무리 범람해도, 결코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석학(碩學) 움베르토 에코는 작년 여름 본지 인터뷰에서 "인터넷은 쓰레기 정보를 판단할 능력이 부족한 지적인 빈자(貧者)에겐 폐해가 크고, 나 같은 지적인 부자(富者)에게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공짜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 개개인이 읽고 나서도 사실일까 스스로 물어야 하고, 알게 된 것보다도 은폐된 사실은 뭘까 궁금해야 하는 사회는 20세기 말 인터넷이 일반화하면서 모두가 기대했던 '정보화 사회'는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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