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최근 방송사·금융기관에 대한 잇따른 사이버 테러와 관련, 국가정보원에 총괄적인 사이버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기는 '국가 사이버 위기 관리법'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국정원을 사이버 공간의 '빅 브러더'(Big Brother·거대 권력자)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與 "국정원이 나서야" 野 "빅 브러더 우려"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26일 "'국가 사이버 위기 관리법'을 대표 발의키로 하고, 오는 29일 국회에서 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최근 고도화·대형화된 사이버 테러는 민간 부문에서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상주 인력과 노하우를 가진 국정원이 국가 간 사이버전(戰)등 위기 상황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이버 안보 업무는 국가정보원·군(軍)·방송통신위원회·금융위원회 등이 나눠서 맡고 있다. 국정원은 명목상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부·공공기관에만 개입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 회사 등을 대상으로 했던 이번 사이버 테러 때에는 국정원이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서 의원이 발의하려는 법안은 사이버 테러 발생 시 국가정보원장 산하 국가 사이버안전센터가 관계 기관과 협조해 사고 조사와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는 내용이다. 이 경우 공공·민간 부문을 통틀어 국정원이 지휘권을 쥐기 때문에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26일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사이버 테러 대응 조직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다"며 "국가정보원, 경찰청, 방통위 등으로 분산돼 체계적·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컨트롤 타워 역할을 국정원에 맡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정치 개입의 길을 열어주는 것 아니냐"며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기는 꼴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그걸 꼭 국정원이 맡아야 하느냐"고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정원이 사이버 공간에서 '빅 브러더'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면 '사이버 공안 시대'가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美·中·日·러도 사이버 컨트롤 타워 설립
선진국은 각각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명확한 사이버 테러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대(對)테러 부처인 국토안보부(DHS)가 사이버 보안 주무 부처이며, 백악관의 '사이버 보안 조정관'이 조정 역할을 맡고 있다.
러시아는 우리의 국정원 격인 연방보안국(FSB)에서 사이버 범죄 예방·수사를 담당하고, 해커를 직접 채용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군(軍) 중심으로, 일본은 총리실과 내각 중심으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이버 테러 보안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며, 민간 부문에 대해서도 개입 제한이 거의 없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선진국 중에 우리나라처럼 컨트롤 타워가 유명무실한 곳은 거의 없다"며 "사이버 테러는 반드시 일어나는 만큼 이번에 사이버 컨트롤 타워 설립 논의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