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원이 최근 멍바이허(夢百合)배란 이름의 국제기전을 창설한다고 한국기원에 통보해 왔다. 우승상금만 180만위안(3억2400만원)에 달하는 매머드급이다. 이로써 중국이 주최하는 국제 바둑대회 우승상금 합계는 총 10억7400만원으로 한국(10억5000만원)을 사상 처음 앞지르게 됐다. 개최 기전 수는 중국이 총 7개, 한국은 LG배 등 4개뿐이다.
중국이 국제 바둑계 최고의 '큰손'으로 등장하게 된 배경은 가파른 경제성장과 가공할 바둑 붐 2가지로 요약된다. 중국 기패(棋牌)관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중국 바둑 인구는 8800만명으로 남북한 인구 합계(7500만명)보다도 많다. 바둑 배우는 전국 어린이 수만 3800만명으로 추산된다.
매달 1회 열리는 상하이(上海)시 단급 인정대회에는 4000여명이 몰려올 정도다. 이 같은 바둑 붐이 중국 주최 7개 국제기전 중 6개가 최근 3년 사이 탄생하는 창설 러시로 이어졌다. 한국기원 하훈희 기전사업국장은 "지금 추세라면 앞으로 중국 주최 대형 국제기전이 2~3개는 더 탄생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기전 우승상금을 총 예산의 약 15~20%로 볼 경우 현재 국제 대회 중국 부담 총액은 5~60억원 정도다. 중국의 경제력과 바둑 열기에 비춰 보면 결코 많지 않다는 뜻이다.
중국 바둑 붐에 국제기전을 후원하는 한국 기업도 고무되고 있다. 최대 시장(市場)인 중국의 열기가 높아질 수록 흥행효과도 상승하기 때문. 17년간 월드바둑마스터스를 진행해 온 삼성화재 관계자는 "그간 투자비용 대비 10배, 연간 1백억원 이상의 효과를 보았다"는 자체 분석을 공개했다. 국가대항전인 농심배를 후원해 온 (주)농심 윤성학 차장도 "14년간 누린 홍보 효과를 집행 예산의 30배인 4500억원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한국 주최 대회인 비씨카드배도 재탄생을 서두르는 중이다. 세계기전 사상 첫 상금제 도입, 아마추어 전면 문호 개방 등 새바람을 몰고왔던 이 대회는 후원사가 지난해 KT그룹에 흡수되면서 일시 중단된 상태. 새 명칭과 규모, 대회 방식을 놓고 한창 마무리 작업 중이란 소문이다.
국제기전 국가별 개최 숫자와 경기력과의 상관관계는 놀랄 만큼 일치한다. 한국이 국제대회의 절반 이상을 도맡아 주최했던 2010년 이전 세계는 한국기사들의 독무대였다.
각종 경제지표, 군사력,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무섭게 세계를 석권 중인 중국의 기세는 바둑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중국의 경제력은 바둑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든든한 기반이지만, 자칫하면 독식과 독선으로 흐를 우려도 엿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유일한 대항마인 한국이 '무대' 차원서도 적절한 견제를 이루며 '국기(國技)'를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