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뢰르 펠르랭(40) 장관과의 단독 인터뷰는 22일(현지 시각) 프랑스의 경제 관련 부처들이 있는 파리 베르시의 정부청사에서 이뤄졌다. 그의 책상에는 서울을 소개하는 책이 놓여 있었다. 펠르랭 장관은 "아직 시간이 없어 다 보지는 못했다"며 웃었다. 이번이 그와는 세 번째 만남이었다. 펠르랭 장관은 이전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깔끔한 검정 정장 차림에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이었다. 빨간색 립스틱에 화려한 차림으로 카메라에 포착됐던 예전 모습과는 크게 달랐다.
당초 인터뷰는 이날 오전 11시로 잡혀 있었다. 하지만 펠르랭 장관이 갑자기 국회를 다녀와야 하는 일정이 생겨 인터뷰는 30분 정도 늦게 시작됐다. 펠르랭 장관이 40년 만에 처음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9시간30분 전이었다.
―40년 만의 첫 한국 방문인데 소감은?
"우선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한국과 프랑스 양국 관계를 증진시킬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과 삼성 등 대기업 관계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 많이 들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장관이 되어 한국 땅을 밟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진다."
―한국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은?
"이번에 프랑스의 24개 기업 대표단과 함께 갈 예정이다. 한국 기업의 프랑스 투자를 유치하고, 프랑스 기업들의 한국 투자도 함께 모색할 계획이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게 한국 방문을 제안할 수도 있다."
―17년 만에 사회당이 집권했는데, 프랑스 경제 사정이 여전히 좋지 않다.
"집권 당시부터 재정 등 거시경제가 나빴다. 지금은 기업과 정부가 많이 노력하고 있다. 나는 디지털 기술과 혁신을 통해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중소기업과 디지털 기술, 혁신은 서로 묶여야 상생이 가능하고 시너지가 나온다."
―장관에 임명된 지 10개월이 됐다. 그동안 구글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여러 이슈를 만들었다. 이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는?
"나는 다국적 기업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다국적 기업은 해당 국가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이윤만을 추구하는 문제점이 있다.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정당성의 문제다. 다국적 기업도 공정한 상황에서 경쟁해야 한다."
―장관으로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
"먼저 프랑스에 초고속 통신망을 확산하고자 한다. 10년 내에 전 국민이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또 한국의 송도와 같은 디지털 단지를 만들고 싶다. 프랑스에 15개 지역을 선정해 디지털 단지 시범 지역을 만들 예정이다. 마지막으로는 프랑스 내에 반(反)기업 정서를 없애고 싶다."
―지난해 장관이 된 후 한국에서 관심이 대단하다. 여배우 소피 마르소 이후 가장 유명한 프랑스 여성이다.
"정말인가? 나는 영화에도 나오지 않았는데(웃음). (내가 장관이 된 건) 사실 매우 놀라운 일이다. 프랑스에서도 첫 아시아 출신 장관이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에 사는 아시아인들의 자부심이 대단하고 관심도 많다. 장관 끝나면 영화에 출연해 볼까(웃음)?"
―한국과 프랑스 양국 관계에 어떤 기여를 하고 싶은가?
"지금 가수 싸이를 비롯해 K팝 인기가 대단하다. 한식도 유명하다. 이런 기회를 이용해 프랑스에서 한국의 인지도를 올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 이번 출장을 통해 한국과 프랑스의 다리가 되고 싶다."
―여성으로서 또 소수 인종 출신으로서 프랑스 사회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전혀 없었다. 고위 공무원 시험을 볼 때 출신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양부모님도 전폭적으로 나를 지원해줬다. 오히려 프랑스 사회의 혜택을 받은 셈이다."
펠르랭 장관은 그러나 한국의 친부모를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노(No·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단호했다. 그는 1973년 8월 서울에서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프랑스로 입양됐다.
펠르랭 장관의 사무실에는 연분홍색과 자주색 서양란이 있었다. 그의 이름 '꽃(플뢰르)'이라는 것과 잘 어울려 보였다. 그는 최근 프랑스의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래를 불러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래를 잘하던데?
"내가 하는 일은 예술과 상관이 없다. 하지만 미술·음악 등에 관심이 많다. 노래를 좋아해 집에 노래방 기기도 설치했다(웃음). 서울에서 노래방을 가보고 싶은데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플뢰르 펠르랭(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 장관)
1973년 8월 서울에서 태어난 뒤 6개월 만에 프랑스로 입양됐다. 플뢰르(Fleur)는 프랑스어로 '꽃'이라는 뜻으로 양부모가 지어준 이름이다. 한국 이름은 김종숙이다. 2002년 프랑스 사회당에서 당시 리오넬 조스팽 대통령 후보의 연설문을 작성하며 정치에 입문했으며, 2007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IT 정책 보좌관으로 활약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장관으로 임명됐다.
프랑스 최고 명문학교인 에섹(ESSEC) 고등경영대학과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국립행정학교(ENA) 등 프랑스 엘리트 코스를 두루 거쳤다.
'제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26일 오전 9시 30분 개막식 생중계(TV조선 ch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