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로 學位 딴 연예인들… '이미지 스펙' 올리고 강단에 서기도

    입력 : 2013.03.23 03:01

    [죄의식 없는 '표절 대한민국'] [3] 연예인도 예외없다
    일부 연예인들 학력 콤플렉스… 표절 유혹에 쉽게 빠져
    학위 딴 후엔 인지도 내세워 인기 강사 되기도

    연예인들의 논문 표절 행태는 다양했다. 배우 김혜수씨의 성균관대 석사 학위 논문 '연기자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에 관한 연구'는 참고 문헌에 적어놓은 단행본 책 내용의 일부를 각주와 인용 표시 없이 통째로 가져다 썼다. 그 과정에서 '지'를 '기'로 표기하는 오타(誤打)도 냈다. 표절 대상이 된 책의 일부분을 자신의 논문에 통째로 각주로 달기도 했다.

    책에서 베낀 분량은 확인된 것만 10여 쪽에 달했다. 특히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연구 결과 부분의 표절도 상당수 확인됐다. 김씨는 석사 학위를 받기 직전인 2001년 중순부터 '영상 연기 기초'라는 과목을 강의하기도 했다.

    김미화씨는 2011년 성균관대에 석사논문으로 제출한 '연예인 평판이 방송 연출자의 진행자 선정에 미치는 영향'에서 논문의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을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 짜깁기로 채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평판' 개념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외국 학자의 저작을 인용한 국내 연구자들의 논문 내용을 토씨 하나 안 틀리게 통째로 갖다 붙였다. 해당 부분엔 역시 인용 표시가 없었다.

    배우 L씨는 아예 참고 문헌 목록에도 없는 학술 논문을 표절했다. 어떤 인용 표시도 없이 해당 논문을 가위 자르듯 논문 이곳저곳에 붙였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언젠가는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아는 연예인에게 '논문 쓸 때가 돼서 바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다른 책 많이 모아 골고루 베끼면 된다'고 말하더라"면서 "표절이 뭔지도 모르고 죄의식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들은 퇴직금도 연금도 없어 미래가 불투명해 다들 '학위라도 따놓고 보자'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간다"며 "자신이 갖고 있는 인지도로 강단에 서면 비교적 쉽게 스타 강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아는 한 가수는 공부는 하나도 안 하면서 교수가 되겠다고 (학위 과정에) 등록하고 시간 강사로 강단에 서고 있다"며 "이렇게 연구자로서 준비가 안 돼 있는 사람이 논문을 쓰면 베끼기·짜깁기 판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연예인은 "사실 연예인들에게 (석·박사) 학위는 방송에서 좋은 이미지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수단이 되지만 연예 활동이 아닌 학업이 제1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일찍 연예 활동을 시작한 연예인들은 대학 학부 과정도 충실히 이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학위 논문을 제대로 쓸 수 있겠느냐"면서 "잘 썼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석사 과정 자체가 논문 쓰는 것을 귀찮게 여기는 분위기인데 연예인에게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연예인들의 '학력 콤플렉스'도 학력 위조나 논문 표절을 불러오는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지난 2007년에 한 방송인은 학력 위조가 들통나자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좀 더 괜찮은 사람으로 알아주길 바란 나의 허영이 부끄럽다"면서 "한 줄 프로필로 지켜질 줄 알았던 나의 헛된 자존심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고 공개 사과한 바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 임현진 교수는 "인기로 먹고사는 연예인에게 '명문대 출신' '석·박사 학위' 등 이른바 '타이틀'은 그들의 '스펙'을 올려주는 수단"이라며 "공부가 목적이 아니라 학위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표절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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