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기준도, 검색 시스템도 없는 韓國

조선일보
  • 김수혜 기자
    입력 2013.03.23 03:01

    美·英은 검색엔진에 올리면
    13초 만에 14개 언어로 된 논문 1억2000만건과 대조
    표절 의심 부분 찾아내

    우리나라는 인구에 비해 유독 석·박사가 많은 나라다. 학문이 좋아서가 아니라 '스펙'을 쌓으려고 대학원에 가는 사람이 많지만, 표절을 걸러내는 장치는 부실하다. 이에 따라 선거철·국감철·인사철마다 표절 시비가 불거지지만 근본 대책은 없는 상태다.

    2011년 기준 한국의 박사 학위 소지자는 인구 100만명당 233명으로, 미국(192명)·일본(130명)보다 많다. 작년 한 해에만 석사 8만2765명과 박사 1만2243명이 배출됐다.

    하지만 아직도 연구 윤리를 정규 커리큘럼에 넣어서 가르치지 않는 대학이 많다. 표절에 대한 명확하고 통일된 기준도 없다. 교과부 가이드라인은 "타인의 아이디어와 연구 내용을 출처 표시 없이 인용하면 표절"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정의하고 있다.

    또 서울대는 출처 표시 없이 두 문장 이상, 한국연구재단(옛 한국학술진흥재단) 가이드라인은 여섯 단어 이상 똑같을 때 각각 표절이라고 보고 있어 대학과 기관별로 기준도 다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대책 마련을 약속하지만 검토만 하고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다.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는 "논문 유사도(類似度) 검색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하고 2010년까지 두 차례 사업 계획을 세웠지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모두 무산됐다. 지난해 문대성 의원의 논문 표절 시비가 불거졌을 때도 교과부는 표절 검색 시스템 구축을 검토했다가 "그만두자"는 결론을 냈다.

    영미권에는 다양한 표절 검색 프로그램이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프로그램은 '턴잇인(Turn it in)'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 UC버클리대학 학생들이 처음 개발한 유료 프로그램으로, 학생이 논문과 보고서를 올리면 13초 만에 14개 언어로 된 기존 학술논문 1억2000만건과 대조해 표절이 의심스러운 부분을 추려낸다. 최종 판단은 교수와 학교가 한다.

    하버드대학을 포함해 미국 100위권 대학 중 70%와 영국 대학 98%가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한국에서는 카이스트·포스텍 등 12개 대학이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턴잇인 측은 밝혔다.

    교과부는 대학별로 연구윤리지침을 만들었는지 여부만 조사할 뿐 실천 여부는 묻지 않는다.

    자체적으로 표절 검색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는 대학이 몇 곳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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