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자신의 강원도 별장에서 사회 유력 인사들에게 성(性) 접대를 했고 그 현장을 찍은 동영상에 김학의 신임 법무차관 등이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김 차관이 21일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저의 이름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것만으로도 소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통감한다"며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김 차관은 "자연인으로 돌아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새 정부가 김 차관의 임명을 발표한 것은 3월 13일이다. 성 접대 의혹 소문은 그 한 달 전부터 퍼질 만큼 퍼져 있었다. 청와대는 이런 소문이 돌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당사자가 강하게 부인하고 사건을 수사한 경찰도 '별문제 없다'고 보고해 이를 믿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 수사에서 성 접대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여성들은 "김 차관이 성 접대 현장에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진술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청와대의 인사(人事) 검증 시스템은 완전히 무너져 내린 꼴이 된다.

동영상 파문은 지난해 11월 윤씨와 내연 관계로 알려진 여성 사업가 권모씨가 윤씨를 성폭행과 공갈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권씨는 윤씨가 자기에게 약물을 먹이고 성폭행을 했으며,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자기를 협박해 벤츠 승용차와 15억원을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 1월 윤씨의 성폭행·협박 등에 대해선 무혐의 의견으로, 동영상 촬영 등에 대해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2월 동영상 촬영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리했다.

그 직후 권씨가 지난해 11월 해결사를 동원해 윤씨에게 빼앗긴 벤츠 차를 되찾아왔는데 차 안에서 윤씨가 보관해 온 CD 7장 분량의 동영상을 발견했고, 이 동영상에 김 차관을 비롯한 유력 인사들이 성 접대를 받는 장면이 담겨 있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져나갔다. 결국 경찰은 지난 18일 관련 수사를 재개했다.

경찰은 동영상 속 인물이 누구인지 등을 신속하게 밝혀내 이 사건을 둘러싼 소문과 진실을 분명하게 가려내야 한다. 만에 하나 소문 속 인물이 이 사건과 무관하다면 그것 역시 정확히 밝혀 당사자의 명예가 더 이상 짓밟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정부는 우리 사회의 추한 부패 사슬을 끊는다는 각오로 이 사건을 신속하게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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