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탐구생활] 유치원 점령한 '4등신' 전사들

조선일보
  • 정지섭 기자
    입력 2013.03.21 03:02

    [애니메이션 '닌자고']
    레고 원작으로 제작한 만화… 한국 대형 마트 레고 매장 1년 전보다 구매자 83% 늘어
    "일본 냄새 짙어 불쾌" 의견도

    불을 상징하는 빨간 옷의 카이, 번개를 뜻하는 파랑 옷의 제이, 얼음과 땅의 의미가 각각 깃든 흰옷과 검정 옷을 입은 잔과 콜. 네 닌자는 세상의 평화를 지키는 전사(戰士)로 활약한다.

    이런 스토리라면 등장인물들은 훤칠한 키에 날카로운 눈매를 지니고 얼굴도 조막만 한 '꽃미남'들일 것 같은데, 가만 보니 '사등신'의 노랗고 둥근 얼굴에 손가락은 둥글게 집게 모양으로 굽은 '레고 사람'이다.

    인기 애니메이션‘닌자고’의 주인공들. 어른들에게도 익숙한‘레고 사람’에 한눈에 봐도 일본색이 강한 닌자 복장을 입혔다. /레고 제공
    요즘 유치원·초등학생들의 최고 액션 영웅이면서 부모들에게는 '지갑 털이 주범'으로 활약 중인 '닌자고'다. 그동안 '해리 포터' '토이 스토리' 등 인기 만화·애니메이션과 연계한 제품을 만들어왔던 덴마크 레고사는 자기 제품을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역발상 마케팅에 나섰고, 그 산물(産物)이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닌자고'다.

    2011년 1월 미국 카툰네트워크를 시작으로 전 세계 TV에 방영되기 시작했고, 한국에서 애니맥스·투니버스·어린이TV 등 주요 만화 채널에서 방영됐거나 방영 중이다. 유아교육·유통업계 관계자들 말에서 닌자고 인기는 한층 생생하게 들린다.

    "닌자고 열풍에 힘입어 매장의 레고 제품 구매 손님 수는 지난해 월 평균 6만307명으로 1년 전보다 83%나 늘어났다."(이마트)

    "수업 끝나고 통학버스가 올 때까지 아이들을 문 앞에 대기시켜야 하는데 그때 PC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닌자고 동영상을 틀어주면 쥐죽은 듯 조용해진다."(수도권의 한 유치원 교사)

    닌자고의 폭풍 인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 우선 '사등신에 집게 팔을 가진 우스꽝스러운 레고 닌자' 모습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크게 어필했을 것이라는 분석. 한 유치원생 학부모는 "아이가 '닌자고는 어른들처럼 안 생기고 나처럼 생겨서 좋다'고 한다"라고 했다. 부모들의 레고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한몫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30~40대 학부모 세대에게 레고는 '똘똘한 나라 덴마크에서 만든 창의적 완구' 이미지가 강하다. 레고 관계자는 "만들다가 부순 뒤 설명서가 아닌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 수 있는 레고 특유의 강점은 부모 세대를 거쳐 자녀에게도 큰 호응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나 선명한 일본색 때문에 이런 인기가 찜찜하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지상파 중 가장 많은 애니메이션을 방송하는 EBS 글로벌콘텐츠본부 정선경 부장은 "대놓고 왜색(倭色)인 데다 장난감 팔아주는 게 명백한데 굳이 방영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EBS에서는 방영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응용이 쉽고 갖고 놀기 편하다는 학부모 평이 많은 걸 보면 국산 캐릭터들이 더 진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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