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4주차로 접어드는 박근혜 대통령은 웃는 모습이 꽤 보기 좋은 사람이다. 작년 총선과 대선 때 길거리와 시장에서 시종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며, 계량(計量)할 수는 없어도 상당히 표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만큼 박 대통령의 웃음엔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당선 후 80여일이 지난 지금, 박 대통령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져가고 있다. 식품 매장을 찾아 딸기와 돼지고기 값을 치를 때, 초등학교 일일 교사로 아이들을 만날 때 잠깐 웃음을 보이는 정도가 전부다. 사람들은 지금 박 대통령을 보며 '뭔가 사명감에 불타오르는 대통령' '굳은 얼굴의 대통령'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이 연단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며 여당 사람들은 입을 닫았고, 야당 사람은 농반진반 "무서워"라고 했다.
지금까지의 박 대통령은 어머니보다는 아버지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애국심과 소명 의식, 웬만한 비판은 감수하고 갈 길을 가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직접 운전대를 잡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판 그 너머에 있는 목표를 향해 가려 한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제시한 '국정 목표'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경제 부흥, 국민 행복, 문화 융성, 한반도 평화 정착 및 통일 기반 구축이 4대 목표다. '부흥' '융성' 같은 단어에서'잘살아 보세' '제2의 새마을운동' 식 국가 중심 사고 체계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뤄지기만 한다면 '제2의 건국'이라고 해도 될 만큼 시대의 과제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장·차관 인사에서 '국정 철학'이라는 기준을 적용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대통령 6명 중 편향성이 지나쳐 '코드 인사' 비판을 받은 경우는 있었어도, 공개적으로 '국정 철학'을 인사 기준으로 내세운 경우는 박 대통령이 처음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장·차관 국정 토론회에서는 "공무원 모두가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인수위 시절 공무원들을 향해 "내가 약속하면 여러분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던 게 그냥 해본 말이 아니었던 듯하다.
대통령이 너무 진지하면 청와대 참모들이라도 경쾌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박근혜 자동차'의 엔진 역할을 하더라도 둔중한 대형차가 아니라 스마트한 중형차처럼 일할 수는 없을까. 미술관의 주역은 작품이지만, 큐레이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작품 자체의 분위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직선제 대통령 중 임기 초에 대대적인 국가 개조 운동, 기풍 혁신 운동을 벌였다가 유야무야로 끝난 경우가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것을 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아예 '제2 건국 추진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예산 지원까지 했다. 오랜 민주화 운동 끝에 집권했다는 우월 의식의 발로였겠으나, 성공했다는 평을 듣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애국심 그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찍지 않은 48% 중에도 이 점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뭔가 '과잉'이라는 느낌, 어깨의 짐이 그렇게 무거워서야 멀리 갈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대통령의 웃음엔 전염성이 있다. 그러니 대통령이 좀 더 자주 웃었으면 좋겠다. 좀 더 경쾌했으면 좋겠다. 큰 목표를 기어코 달성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성취에 사람들은 더 감동하고 사회도 발전하는 시대다.
박근혜 대통령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국민에게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박 대통령은 너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