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언소주' 옹호하는 듯한 보도자료… 대법원, 도대체 무엇이 두려웠나

입력 2013.03.16 02:59

윤주헌·사회부
지난 14일 오후 2시 30분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정 앞에서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회원 20여 명이 만세를 불렀다. 언소주 회원 24명이 2008년 조선일보중앙·동아일보 광고주들에게 광고 게재를 중단하라고 협박해 업무 방해로 기소된 사건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원심 판결 일부를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는 판결이 공개된 직후였다. 이들이 만세를 부른 것은 자기들이 '무죄' 선고를 받은 것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이날 대법원이 낸 보도 자료에는 "소비자 불매운동은 집단 행위 성격이 있으므로 대상 기업이 불이익과 피해를 봤을 것이라는 가능성만 들어 업무 방해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소비자 불매운동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그러니 일부 언론이 '무죄 취지'라는 속보를 띄웠고 언소주 회원들도 무죄를 받은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대법원이 기자들에게 급히 연락해 "무죄 취지가 아니라 다시 심리해보라는 판결"이라고 설명했지만, 기자들은 온종일 판결문의 본뜻이 무엇인지 해석하느라 혼란을 빚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대법원이 우선은 불매운동을 옹호하는 듯한 모호한 판결문을 내놨기 때문이지만, 더 깊이 보면 대법원이 형식 논리에 치우쳐 사건의 본질을 놓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판결은 "언소주는 신문사가 아니라 광고주를 협박한 만큼, 광고주 협박으로 신문사가 피해를 보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하니 다시 심리하라"는 내용이다. 언소주의 협박으로 광고를 못 낸 광고주는 업무 방해를 받은 것이지만, 신문사들은 계약됐던 광고가 취소돼 업무에 큰 차질을 봤는데도 업무 방해를 받았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언소주의 유죄를 인정한 1·2심 증거 자료엔 광고주들이 협박 전화에 시달린 끝에 신문사에 싣기로 한 광고를 일부 취소한 사실이 날짜와 횟수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됐고 1·2심 재판부는 그것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그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모호한 판결문을 내놓으며 이 사건 본질과 명백한 피해 사실에 의문부호를 달아놓은 이유가 의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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