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북한의 과학자들도 해외 학술지에 논문 발표할까

조선일보
  • 이길성 기자
    입력 2013.03.16 03:01

    작년 총 34편, 中과 21편 공동
    투명 그래핀·레이저 등 재료과학·광학 각 7편 최다···北연구진 단독논문은 '0'
    獨과 공동연구 北과학자 국제학회 최고논문상 수상

    지난해 북한 과학자들은 국제 과학저널에 역대 가장 많은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3대 세습과 강성대국론을 합리화하기 위한 국가적 지원, 과학분야 세계 2강으로 급부상한 혈맹 중국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2012년 국제저널에 발표된 과학논문을 분석한 결과, 북한 과학자들이 참여한 논문은 총 34편이었다. 이는 국제저널에 북한 과학자가 처음 등장한 1976년 이후 한해 기준으로는 최대이다. 이전까지 최고기록은 2010년의 29편이었다.한국 과학계는 지난해 4만1770편의 논문을 해외저널에 발표했다.

    북한 과학자들이 참여한 논문은 휘어지는 투명 그래핀(graphene) 필름 제조기술 등 재료과학 분야와 레이저 등 광학 분야가 각각 7편으로 가장 많았다. 수학이 5편, 농·임학이 3편, 전기화학과 물리 등이 각 2편씩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과 직접 관련되는 논문은 없었다.

    북한의 논문이 급증한 데는 중국의 영향이 가장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34편 중 21편(62%)이 중국과 공동연구였다. 연구비도 대부분 중국과학재단 등 중국 정부가 대는 프로젝트였다. 중국은 지난해 논문 발표 수에서 미국(31만1975편)에 이은 세계 2위(15만9121건)에 올라 '과학분야 G2'로 불린다. KISTI 최현규 박사는 "중국은 지역적으로 북한의 이웃인 데다 혈맹이어서 중국에 연구생으로 파견된 북한 과학자들이 공동연구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논문들은 독일과 스위스, 호주 등과 공동연구였다. 북한 연구진 단독으로 쓴 논문은 단 한편도 없었다.

    북한 정권 차원의 독려도 논문 수가 늘어나는데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김종선 박사는 "북한은 경제난으로 경제개발계획은 세우지 못했지만 대신 과학기술계획을 수립해 과학기술을 통한 국가재건을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양은 늘었지만 네이처·사이언스·셀(Cell) 등 세계 3대 과학저널에 실린 최상위급 논문은 한편도 없었다. 과학계의 평판을 뜻하는 논문 인용빈도 면에서도 34편 모두 한 자릿수나 제로(0)였다.

    다만 북한 과학자들이 자질 면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과학계의 평가다. 일례로 지난해 6월 그리스에서 열린 해양기술 분야 최대 학회인 '국제 해양 및 극지공학회(ISOPE)' 연례 학술대회에서 북한 과학원 레이저연구소의 권용혁 박사가 '최고 학생 논문상'(Best student award)을 수상했다. 권 박사는 북극해에 유입된 독성 환경오염 물질을 손쉽고 신속하게 분석할 수 있는 휴대용 기기를 개발해 177명의 해외 연구자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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