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元老들이 우려한 좌파의 인터넷 다큐 '백년전쟁'

조선일보
  • 김진명 기자
    입력 2013.03.15 03:01 | 수정 2013.03.16 06:44

    朴대통령과 오찬… "이승만·박정희 前대통령 왜곡 묘사… 주의 깊게 살펴봐야"

    親日인명사전 만든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
    "이승만은 하와이 갱스터", "박정희는 뱀 같은 인간"
    "조회 수 200만 돌파" 주장

    지난 13일 청와대 인왕실, 박근혜 대통령과 국가 원로급 인사 12명의 오찬 자리. 박 대통령 오른쪽에 앉아 있던 이인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러시아 대사)이 말을 꺼냈다.

    "요즘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백년전쟁'이란 영상물이 많이 퍼져 있는데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이 이사장은 "다큐멘터리 영화라는데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때 일을 많이 왜곡해서 다루고 있다"면서 "이런 역사 왜곡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남덕우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도 "최근 박정희 정부 당시의 사실이 많이 왜곡돼 알려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그런 일이 있었나요?"라고 일일이 메모하며 경청한 뒤 "잘 살펴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다큐멘타리 ‘백년전쟁’의 메인 포스터.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유튜브 조회수 200만

    '백년전쟁'은 '친일인명사전'을 만든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을 주관해 작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공개한 좌파의 영상물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현대사 100년을 소재로 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표방하면서 작년 11월 이승만 전 대통령에 관해 만든 53분짜리 '두 얼굴의 이승만'이란 영상과 박정희 전 대통령 시기를 다룬 '프레이저 보고서 누가 한국 경제를 성장시켰는가'란 42분짜리 영상의 시사회를 열고 유튜브를 중심으로 인터넷 등에 배포했다. 여러 버전으로 퍼트린 영상의 조회수를 합해 '200만명이 봤다'는 자랑도 하고 있다.

    "번역과 사진 조작"

    '두 얼굴의 이승만'이란 영상은 1948년에 미국 CIA가 만들었다는 보고서의 문장 2개를 "충격적인 내용"이라면서 보여준다. 영어 원문은 '이승만은 그 나라를 직접 통제하려는 궁극적 목적을 갖고, 자신의 삶을 독립 한국에 헌신했다. 그 목적을 관철하면서 그는 개인적 출세를 위해 기꺼이 활용하려 했던 요소들에 대해 그다지 양심의 가책을 보이지 않았다'고 돼있다. 하지만 한국어 자막과 내레이션은 "이승만은 사적인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독립운동을 했다. 이 목적을 추구하며 그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나온다.

    또 영상은 이 전 대통령을 '하와이 갱스터'라고 지칭한다. 그리고 이 전 대통령이 46세 때 22세 여대생과 함께 여행하다가 1920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부도덕한 성관계를 목적으로 주 경계선을 넘는 것을 금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기소됐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는 이 전 대통령과 여대생이 경찰서에서 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찍은 것 같은 영상이 나온다.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장인 류석춘 사회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그런 혐의로 체포·기소된 적이 없고 사진도 조작됐다"면서 "건국 대통령을 이렇게 묘사한 것은 명백하게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성장은 미국 덕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영상물 '프레이저 보고서'는 1978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한·미 관계에 대해 작성한 보고서를 발췌해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은 박 전 대통령이 주도한 수출 주도형 공업화 전략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공산화를 막으려고 '친미 국가 개발 전략'을 세웠던 미국 케네디 정부의 계획과 원조로 대한민국이 발전한 것처럼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상엔 왜 미국의 원조를 받은 수많은 국가 중에 유일하게 한국만이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미군들이 뱀 같은 인간이라며 스네이크 박이란 별명을 붙였던" 인물이라고 내레이션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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