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캐나다)=뉴시스】김희준 기자 = 국제빙상연맹(ISU) 2013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우승을 놓고 펼치는 대결도 볼만하지만 '샛별'들의 활약도 주목할만하다.
아직 덜 영글어 이번 대회에서 우승 다툼을 벌이기는 힘들지만 1년간 기량을 갈고 닦는다면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입상권을 노릴 수 있는 재능을 갖추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미국 피겨의 '기대주' 그레이시 골드(18·미국)와 엘리자베타 투크타미셰바(17·러시아)가 그들이다.
7세부터 피겨를 시작한 골드는 쌍둥이 칼리와 함께 피겨를 해왔다. 칼리도 미국에서 피겨 선수로 활약 중이다. 골드는 여자 싱글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2011~2012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6차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골드는 지난해 2월말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러시아)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2~2013시즌부터 시니어 무대를 밟은 골드는 다소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시니어 무대 데뷔전이었던 올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에서 골드는 151.47점을 기록, 10명 가운데 7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그랑프리 시리즈 4차 대회에서는 175.03점을 획득해 2위에 올랐다.
골드가 더욱 큰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지난 1월말 열린 전미선수권대회였다.
당시 골드는 애슐리 와그너(22)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9위에 머물렀던 와그너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연기를 선보여 132.49점을 획득, 순위를 끌어올렸다.
골드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 점프는 김연아의 '전매특허'로 기본점수가 10.10점에 달하는 고난이도 점프다.
AP통신은 골드의 점프에 대해 "골드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김연아도 감명을 받을만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화제를 집중시켰던 골드는 지난 2월초 벌어진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다. 166.66점으로 6위에 그쳤다.
정재은 대한빙상경기연맹 심판이사는 "골드는 점프가 좋은 선수다. 연습 때 보면 김연아 못지 않을 정도로 잘 뛴다"며 "하지만 실전에서 이를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전했다.
실제로 골드는 12일 세계피겨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여자 싱글 공식훈련에서 높은 도약을 앞세워 깔끔하게 점프를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상아 해설위원은 "우아하고 밝은데다 귀족적인 이미지까지 있다. 스타일이 좋다"며 "기술적으로도 좋은 선수다. 성장세가 이어지면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와 아사다의 양대산맥 구도를 깨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 이사와 방 위원 모두 "아직 골드는 기복이 심하다. 실전에서 완벽하게 점프를 보여주는 것도 실력인데 골드는 부담감을 잘 컨트롤하지 못한다. 그래서 실수가 많다"며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입상을 노리겠지만 이번 대회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크타미셰바는 내년에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러시아가 리프니츠카야와 함께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다.
골드와 달리 투크타미셰바는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내 관심을 끌어왔던 선수다. 김연아의 뒤를 이어 피겨계를 이끌 재목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2010~2011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두 차례 모두 우승을 거머쥔 투크타미셰바는 같은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2011~2012시즌 시니어 무대를 밟은 투크타미셰바는 시니어 데뷔 시즌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와 5차 대회에서 스즈키 아키코(28·일본), 카롤리나 코스트너(26·이탈리아) 같은 쟁쟁한 베테랑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투크타미셰바는 올 시즌 예년보다 못한 모습을 보였다. 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에서 4위에 그쳤다. 5차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체면을 살렸지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5위에 머물러 입상에 실패했다.
정 이사는 "투크타미셰바는 스피드도 있고, 점프도 좋다. 유연성이 뛰어나 스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칭찬했다.
방 위원 역시 "뛰어난 유연성 덕분에 회전력이 좋다. 어리지만 대회 운영 능력도 좋고, 역동적인 동작을 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발산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몸이 성장한 뒤 아직 이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주니어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한 번씩 겪는다는 '고비'를 맞은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입상권까지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 이사는 "주니어 선수들은 체형이 변화하면서 중심이 이동한다. 그것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투크타미셰바는 과도기에 있다"며 "이번 대회보다는 소치동계올림픽이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