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통치資金' 40억~50억달러, 수십개 국가에 은닉 확인

    입력 : 2013.03.12 03:01 | 수정 : 2013.03.12 09:02

    [김정은 해외선…]
    韓美, 中·러·스위스 등 수백개 차명계좌 5년간 추적
    북한 '2005년 BDA사건' 이후 자금 잘게 쪼개 분산
    마약·위조지폐 등 불법거래로 매년 2억~3억달러 수입

    한·미(韓美) 양국은 북한이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스위스,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을 비롯한 전 세계 수십 개 국가의 은행에 총 40억~50억달러에 이르는 차명 계좌 수백 개를 갖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한국과 미국은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확산, 마약·위조지폐·가짜 담배·무기 수출 등에 이용돼 온 것으로 보이는 북한 계좌를 최소한 200개 이상 추적해왔다"고 말했다.

    BDA사태 후 비자금 분산 관리

    북한은 2005년 미국이 마카오 당국을 통해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예치돼 있던 김정일 통치 자금 2500만달러를 동결한 이후 비자금을 잘게 쪼개서 관리 중이다. 북한은 아시아·유럽·중남미 등 지역별로 주요 거점을 두고 차명 계좌를 운영하고 있는데 북한이 차명 계좌를 가진 국가에는 선진국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은 비교적 계좌 관리가 소홀한 소형 은행을 이용하며 기업이나 외국인 이름으로 된 차명 계좌를 수시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과거엔 유럽 국가들의 은행을 많이 활용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은행의 비중을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BDA 금융 제재'를 담당했던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는 지난달 미 조지타운대 강연에서 북한에 대해 더 강력한 금융 제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레이저 차관보는 "미국은 BDA 금융 제재를 통해 북한을 충분히 압박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미국 정부가 앞으로 북한에 대해 추가 금융 제재를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094호와는 별도로 지금까지 발견한 북한의 차명 계좌에 대해 BDA식 금융 제재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신문에 실린 '남쪽의 反美집회'…군대 사진으로 전쟁 분위기 띄워 - 북한 노동신문은 11일자 신문에서 한국 내 일부 좌파 단체들의 반미 집회 사진을 싣고‘미제와 괴뢰 호전광들의 합동 군사 연습을 규탄하는남조선 인민들’이라고 소개했다(위). 아래는 전쟁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북한 군인들의 모습. /노동신문

    마약 등 불법 거래로 비자금 마련

    정보 당국은 이 계좌들에 보관된 돈이 대부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비자금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돈은 주로 김정은 일가가 소비하는 사치품과 김정은이 권력 엘리트들에게 뿌리는 하사품을 마련하는 데 주로 쓰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경제는 공식 부문인 제1경제, 군수 부문인 제2경제, 김씨 일가 안위를 위한 궁정경제로 나뉘어 있다"며 "해외 비자금은 궁정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라고 했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이 비자금은 체제 붕괴 등 비상시국 때 필요한 도피 자금 성격도 갖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 비자금은 대부분 군부, 무역성 등 북한의 각 기관에 소속된 외화벌이 회사들이 벌어들인다. 농·수산물이나 광물 판매, 인력 송출로 얻는 합법적 수익도 있지만 마약, 가짜 담배와 술, 무기 등 불법 거래를 통해 얻는 돈이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수익은 2009년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하기 전까지 매년 2억~3억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김정일 시절에는 노동당 38호실과 39호실이 관리했다. 두 기관은 필요에 따라 합쳤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국제사회의 제재망을 피해 왔다.

    러시아 마피아와도 연계설

    김정일의 마지막 금고지기였던 전일춘 전 39호 실장은 김정일 사망 후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고, 후임자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30여년간 스위스에서 공사와 대사로 근무하며 김정일의 '비자금·자녀·건강'을 모두 관리했던 리수용(일명 리철·78) 전 스위스 대사가 비자금 관리 업무에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2010년 당시 미국이 러시아 내 북한 비밀 계좌에도 관심을 보였던 것은 북한이 불법 거래로 벌어들인 자금을 러시아 마피아가 '돈세탁'을 해준다는 첩보와 관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김정일 등 지도부의 실명(實名)이나 북한 기관 명의로는 정상적인 금융 거래가 어렵기 때문에 러시아 마피아의 도움을 받아 돈세탁하거나 비밀 계좌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탈북자 A씨는 "러시아의 북한 대사관은 본국에서 보내는 위조지폐를 진짜 돈으로 세탁하는 기능도 한다"며 "그렇게 세탁된 돈이 2008년에만 3000만달러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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