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3] 개와 고양이 구별하기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3.03.12 03:03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뇌과학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연구를 하고 있다는 걸 아는 지인들은 가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인공지능이 만들어지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요?" '지구 평화' 또는 '인류 식량 문제 해결' 같은 거창한 답을 은근히 기대한다는 걸 잘 알기에, 나의 대답은 항상 같다. "글쎄요. 우선 개와 고양이 정도만 구별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이게 무슨 말인가? 유치원생도 쉽게 할 수 있는 개와 고양이 구별이 연구의 목표라니? 그렇다. 인공지능의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뇌가 가진 상식적 '쉽다'와 '어렵다'의 개념을 새로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2차 세계 대전 중 튜링·주제·아타나소프·에이켄·폰 노이만 등의 연구를 통해 탄생한 컴퓨터는 그 후 눈부신 발전을 하기 시작했다. 1956년 미국 다트머스 대학에 모인 석학들은 당시 '전자 뇌'라고 불리던 컴퓨터에 마치 인간의 지능 같은 '인공지능'을 심어줄 수 있을지 토론했다. 지능을 통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그렇다면 인간이 가장 어려워하는 기능을 우선 구현한다면 나머지 쉬운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리지 않을까? 인간은 무엇을 가장 어려워할까? 대부분 수학을 전공한 초기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체스(서양장기)와 수리적 증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럴싸한 가설이었다. 그리고 불과 몇 개월 후 컴퓨터는 인간과 체스 대결을 했고, 러셀과 화이트헤드(Russell & Whitehead)가 저서 '프린키피아 마테마티카(Principia Mathematica)'에서 제시한 수학적 정리들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그보다 훨씬 쉬운 언어처리 같은 문제쯤이야 한 6개월 지나면 풀릴 듯했다. 하지만 6개월이 아닌 거의 60년이 지난 오늘, 컴퓨터는 여전히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 한다. 어린이들이 깡충거리며 뛰어다닐 때, 인간이 설계한 로봇들이 걷는 모습은 불쌍할 정도다. 왜 그럴까?

인간은 어떻게 이 다양한 모습들을‘개’라는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할까.
인간은 어떻게 이 다양한 모습들을‘개’라는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할까.
걸어다니고, 사물을 구별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사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개와 고양이를 구별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크고 작고, 털이 길고 짧고, 위에서 보고, 옆에서 보고, 리본을 맸거나 방울을 달았거나 하는 등 수천, 수만 가지의 모습이 가능한 개들을 우리는 '개'라는 동일한 개념으로 쉽게 인식한다. 또 역시 다양한 모습의 교집합인 '고양이'라는 개념으로부터 구별한다. 다양함에서 찾아야 하는 동일함은 여전히 인공지능에서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다.

뇌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까? 맹수로부터 도망가고, 표범과 사슴을 구별하고, 동료의 목소리를 제대로 인식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초기 인간의 뇌 안에는 긴 진화 과정을 통해 발견된 정답들이 이미 신경회로망 구조라는 하드웨어로 입력됐을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쉬운 문제는 참으로 쉬워서 쉬운 게 아니라, 뇌가 이미 문제 푸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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