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턱해서(성형수술) 마스크 쓰고 다녔음. 고딩 때부터 클럽 다님.'
'나 같은 학교 다녔는데 울 학교 사람들 다 그 여자 싫어했어. 고딩 때부터 연예인병 걸려서 장난 없었어.'
'완전 클럽 죽순이래. 성폭행당하고 다음 날도 클럽 갔다던데? 제정신임?'
박시후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A씨에 대해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서 떠도는 말들이다. 모두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다. A씨는 사건이 공개된 직후부터 '마녀사냥식 신상 털기'에 시달리고 있다. 사건이 장기화하고, 양측의 진실 공방이 이어지면서 A씨의 '이력'이라고 주장되는 글은 물론, 'A씨의 평소 행동, 과거 행적'에 대한 내용이라고 포장된 글까지 확산 중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박시후'를 입력하면 A씨라고 나오는 이름과 사진 외에도, A씨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 수백 건이 등장한다. 'A씨 성형 전 사진 다수 있음' 식의 제목을 단 글과 사진이다.
이에 A씨 측은 "인터넷상에 노출된 신상 정보와 입에 담을 수 없는 악성 댓글로 A씨와 가족의 정신적 피해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자제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A씨 측은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A씨 측 변호사는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가 더 심한 악성 정보와 댓글에 시달릴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라며 "A씨도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자연스레 잊는 것밖에는 길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신상 털기에 지쳐 대응을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예인 등 유명인이 연루된 사건에서 신상 털기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가수 서태지의 결혼과 이혼이 화제가 됐을 때 배우자였던 배우 이지아,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논란이 일어났을 때 타블로 본인과 주변인들에 대한 신상 털기가 있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수 유니와 배우 최진실도 자살하기 직전까지 극심한 네티즌의 공격에 시달렸다. 대부분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사실처럼 떠돌았다. 사람들은 근거 없는 정보를 모으고 생산하는 것이 마치 자랑인 양 인터넷상에 유포했고, 이를 본 사람들은 글을 쓴 이에 대해 '대단한 정보력'이라며 치켜세우는 댓글을 달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돌 던지는 관음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남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우월감이 인터넷의 파급력과 복합적으로 결부돼, 타인의 사생활을 알고 싶어하는 관음증을 넘어서 당사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이 유명 연예인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돌 던지는 관음증의 모습이 노골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는 "특히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는 확산 속도가 6∼7배 빠르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상 털기는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허위 사실은 물론이고, 당사자가 피해를 볼 만한 사항이라면 실제 사실이더라도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