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직선과 네모틀… '감탄형' 상가를 낳다

    입력 : 2013.03.06 03:03

    [소규모 상가 건축의 대안 제시… 서울 동교동의 두 건물]

    황두진 '엔터스 프로퍼티스'
    - 나무 막대로 외관 감싸고 꼭대기엔 마당 있는 2층집… 도시 주거의 새 형태 만들어

    김인철의 '프레임'
    - 콘크리트로 만든 격자 구조, 외부와 소통하는 공간 연출 "작은 건물이 동네 풍경 바꿔"

    황두진(사진 왼쪽), 김인철.

    우리나라의 상업 건물, 특히 소규모 건물들은 대개 비슷비슷하다. 내부 넓이를 최대한 확보하는 데 치중하기 때문이다.

    신경 써서 제대로 지은 상업 건물들이 도시 풍경을 개선하는 일은 불가능한 것일까.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는 그 가능성을 점치는 '실험'이 시작되고 있다. 지하철 2호선·공항철도 홍대입구역을 기준으로 홍익대 반대쪽을 지나는 '월드컵북로 6길'에 지난해 말 눈길을 끄는 상업 건물 두 채가 들어섰다. 건물들을 설계한 건축가는 김인철(66)·황두진(50)씨다.

    김인철은 서울 강남 교보타워사거리의 어반하이브, 황두진은 스웨덴 스톡홀름 동아시아박물관 한국실을 각각 설계·디자인한 건축가다. 두 건물이 위치한 동교동은 홍대 앞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새롭게 뜨고 있는 지역이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카페 등이 속속 생겨나는 상업적 활기에 이어 두 유명 건축가의 작업이 건축·도시 디자인 측면에서도 이 지역에 활기를 불러올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김인철은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이곳에 설계한 5층 건물의 프로젝트명이 '프레임(frame·틀)'이라고 했다. 카페, 사무실 등이 있는 이 건물은 이름 그대로 격자 모양의 틀을 겉에 씌운 모양이다. 둥근 구멍이 송송 뚫린 어반하이브, 비정형 건물 '질모서리'(본지 2012년 8월 8일자 A20면 참조) 등 유리벽을 콘크리트 구조물로 감싼 전작(前作)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건물이다. 그는 "콘크리트와 유리벽 사이 공간에 휴식 공간이나 외부 계단을 만들 수 있다"며 "그만큼 유리벽 안의 실내 공간은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게 된다"고 했다.

    (사진 왼쪽)황두진씨가 설계한 서울 동교동 ‘엔터스 프로퍼티스’. 목재 구조물로 전면을 감싸고 계단을 외부에 설치했다, (사진 오른쪽)격자형 구조물이 겉을 감싼 모양의 ‘프레임’ 외관. /사진가 박영채
    그는 "안과 밖의 구분, 주변과의 경계가 아주 명확하지 않은 건물을 만들고 싶었다"고도 했다. "안과 밖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면 건물 앞을 지나는 도로나 이웃 건물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이 닫혀버리잖아요. 한옥의 툇마루처럼 안이기도 하면서 밖이기도 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황두진이 설계한 건물은 7층짜리다. 외부의 직사광선과 시선을 적당히 가려줄 수 있는 목재 구조물을 창문에 붙였다. 계단도 외부로 끌어냈다. 그러자 비슷비슷한 건물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외관이 나왔다. 1층에는 뒷마당, 2·4층에는 테라스 형태의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사진 왼쪽)엔터스 프로퍼티스 꼭대기의 주택, (사진 오른쪽)김인철씨가 설계한 ‘프레임’의 외부 콘크리트 구조물과 내부 유리벽 사이 휴식 공간. /사진가 박영채
    또 다른 특징은 6∼7층이 건축주 자택이라는 점. 네모 건물 꼭대기를 주인집으로 쓰는 게 아니라, 건물 위에 마당 있는 2층집이 올라간 형태다. 황씨는 이런 건물을 "무지개떡 건물"이라고 부른다. "층층이 색이 다른 무지개떡처럼 주거를 포함하는 서로 다른 기능이 수직적으로 혼재된 구조"라는 뜻이다.

    그는 "무지개떡 건물이 도시 주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마당 있는 집'을 도시에 지으면 너무 비싼 집이 됩니다. 상업건물에 주거 기능이 함께 있으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그 꿈을 실현할 수도 있고, 상업지역에서 밤이면 사람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막을 수 있겠지요."

    건물 디자인은 달랐지만 두 건축가는 중소 규모 상가 건물의 건축적 중요성에 대해서는 생각을 같이했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작은 건물을 잘 다듬어야 동네와 도시의 풍경이 좋아집니다."(김인철) "한 나라의 건축문화가 발달하는 것은 이런 '일상의 건축'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황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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