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도 내것은 내것, 네것은 네것" 혼전 재산분할 계약하는 부부 늘어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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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3.03.05 03:02 | 수정 2013.03.05 06:50

    이혼·재혼 급증… 분쟁 대비

    얼마 전 서울 서초동의 A변호사 사무실로 30대 초반 청년이 찾아왔다.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려는데요. 부모님이 '재산 문제'를 확실히 해두라고 해서…."

    이 청년은 수천억 자산가였다. 대부분 '재벌급'인 부모가 물려준 재산이다. 청년의 부모는 아들이 평범한 집안 출신 여자친구와 사귀는 것을 꺼리다 결혼을 허락하는 대신 '이미 물려받은 재산은 남편이 관리하고, 부인은 나중에 이혼하더라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청년은 부모 말대로 변호사 사무실에서 '부부재산 약정서'를 써갔다.

    재혼을 앞둔 50대 남성도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와 '부부재산 약정'을 맺었다. 이 부부는 모두 한 번씩 이혼했고, 이혼 때 재산분할 문제로 애를 먹은 경험이 있었다. 각자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가졌던 부부는 '결혼 후에도 재산은 따로 관리하고 앞으로 발생하는 수익도 각자 소유·관리한다'는 내용으로 약정서를 썼고, 등기소에 가서 등기까지 한 후 결혼했다. 이혼·재혼이 늘어나면서, 혼전(婚前) 재산분할 계약을 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이혼 시 벌어질 재산분쟁에 대비하자는 취지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가사(家事) 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이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예비 부부들이 한 달이면 1~2쌍씩 있다고 한다. '혼전 재산분할 계약'은 과거엔 연예인이나 재벌 같은 유명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변호사들에 따르면 요즘은 일반인들도 상담을 하고, 재혼 부부뿐 아니라 초혼 부부도 변호사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풍조는 거의 사문화(死文化)됐던 제도도 되살렸다. 1958년 민법 제정 이래 있었던 '혼전 재산약정 등기제도'다.

    법원에 따르면 이 제도는 도입 43년 만인 2001년에야 인천에 사는 부부가 최초로 활용했는데, 5년 전인 2008년부터는 매년 20건 가까운 등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부부 각자가 소유한 재산에 대한 소유권과 관리주체 등을 등기하는 이 제도는 향후 발생할 소득의 소유관계까지 규정할 수 있고, 혼인신고 후에는 변경할 수 없는 게 원칙이다.

    배금자 변호사는 "이혼 소송에서 양육권과 함께 가장 첨예하게 다투는 부분이 재산 분할"이라며 "특히 재혼 부부들은 각자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재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상속분을 지키기 위해서도 계약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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