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요금 올린다는데 택시 기사는 왜 화낼까

    입력 : 2013.03.02 03:05

    박은주 문화부장
    "이제 택시 요금 좀 오르니까 사정이 좀 나아지겠네요?"

    이 말이 그렇게 염장을 지르는 것일 줄은 몰랐다. 자정 넘어 퇴근길, 택시 기사가 어렵다는 하소연을 하길래 이렇게 '위로'했더니 도리어 화를 냈다. 하소연은 광화문과 고속도로를 거쳐 분당의 집에 닿을 때까지 이어졌다. 건성건성 대답하느니, 내친김에 다 들어보자고 작심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요금이 오르면 개인택시야 좋아지겠지만, 우리 같은 법인택시는 더 부담된다. 요금이 올라가면 손님은 줄어든다. 그러나 사납금은 올라간다. 도대체 서울시가 왜 이 헛짓을 하고 있는 거냐. 그건 결국 택시회사의 정치자금을 받아먹으려는 수작 아니냐." 신세 한탄은 음모론으로 치닫고 있었다. 기사는 "택시 기본요금을 5000원까지 올린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런 상황이 되면 택시 기사는 칼 들고 강도짓 하는 게 낫다"고 했다.

    택시 요금이 오르면 불만이 사라질 것이란 생각은 오판이었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살기 어렵다, 못살겠다 불평하지만 요즘 차 없는 집이 어디 있느냐. 요금 올리는 건 서민도 못살게 굴고, 택시 기사도 죽게 만드는 처사다." 택시 기사는 성명서를 쓰듯,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얼마 전 전직 공무원을 만나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훈장이나 포상을 받은 사람은 일정 기간 무사고 경력을 유지하면 택시 개인면허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분도 예전에 개인택시 면허를 받았다고 했다. 1980년대 말,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4명 중 한 사람이 특혜성 개인면허를 받았다는 사실이 공개됐고, 군사정권 시절에는 군 출신들도 이런 식으로 면허를 받거나, 줄을 대서 포상을 받고 면허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개인택시가 '돈줄'이 되던 시절 얘기다. 지금 택시 사정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노벨 대중교통상'이 있다면 우리나라도 빠질 수 없다. 1000원 안팎이면 버스나 지하철로 어디든 금방 간다. 택시 탈 일이 별로 없다. 이런 혁신은 택시의 수요와 공급에 엄청난 엇박자를 가져왔다. 지금 우리나라의 택시는 약 25만대,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비율이 6대4다. 15만대가 개인택시, 10만대가 법인택시다. 문제는 법인택시다. 택시 기사의 기본급은 대략 70만원 선이고, 평균 수입은 한 달 130만원으로 조사됐다. 기본급은 하루 7시간 일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그 시간 일해서는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집에서 돈을 들고 나와야 할 형편이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영업용 택시권'을 개인끼리 사고팔 때는 7000만원, 회사끼리 사고팔 때는 45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된다고 한다. '산수'가 맞지 않는다. 대한민국 회사택시 기사가 전부 '선천성 투덜거림 환자'가 아니라면, 왜 택시 영업권은 비싼데 택시 기사는 살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인가. 택시 기사는 벼룩이 간을 빼먹는 일례도 말해줬다. 정부가 유가보조금이라고 해서 택시 가스비를 L당 약 220원을 보조해주지만 택시회사가 이 중 일부를 착복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정책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택시 기사의 40%인 법인택시 기사들이 '인상하면 더 죽는다'고 난리치는데 '그들은 원래 그런 사람들'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정책자의 도리가 아니다. 절반에게 이익이더라도, 나머지 절반이 죽겠다고 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왜 시민들이 낮이고 밤이고 '분노 택시'를 타야 하는가. 서울시나 부산시 말고 나라가 나서서 조정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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