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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간송미술관 신축, '간송 정신'으로 풀자

  • 이선민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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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2.28 03:04

    '민족 문화재 寶庫 격 맞는 시설 마련' 우리 문화계 숙제
    드디어 첫발 떼… 문화계 志士들 숱한 도움 받았던 설립자 뜻 계승해 지혜와 힘 모아야

    
	이선민 오피니언부장
    이선민 오피니언부장
    우리 문화계의 오랜 숙제가 드디어 풀리는가. 민족 문화재의 보고(寶庫)인 간송미술관을 아끼는 인사들이 노후화된 미술관 건물의 신축을 포함해서 간송미술관의 발전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두 달 전 모임을 만든 이들은 우리 민족문화의 정수를 간직하고 있는 간송미술관이 국민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시설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위한 재정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은 "간송미술관 소장품을 격에 맞게 보존하고 간송의 우리 문화재 사랑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에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1906 ~1962)이 모은 우리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간송미술관은 우리 사회의 자랑인 동시에 큰 과제였다. 간송미술관이 갖고 있는 국보 12점과 보물 10점 등 수천 점의 귀중한 고서화와 도자기는 민족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더구나 이들 문화재는 우리 민족 문화가 위협받던 시기에 간송이 물려받은 상당한 재산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수집했고, 그중 일부는 해외로 흘러나갈 뻔한 것을 지켜냈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 훈민정음 초간본과 고려청자·조선백자 등 간송미술관을 대표하는 문화재의 수집 과정엔 숨막히는 일화들이 전해진다.

    하지만 간송미술관은 문화재의 보존과 관람이라는 기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간송이 애지중지하던 수집품을 보관하기 위해 1938년 서울 성북동 사저(私邸)에 지은 보화각(?l華閣)은 건립 당시에는 최신식 건물이었지만 이제는 좁고 낡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상설전시실도 없고, 매년 봄과 가을 특별전시회가 열리면 수만~수십만 명의 관람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며 불편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가을에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국가 지정 문화재들의 보존 상태가 나쁘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오랫동안 민족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숙원이었던 간송미술관 신축을 위한 첫걸음은 떼었지만 갈 길이 멀다. 개인 소유 문화재를 보존·전시하는 박물관의 건립과 운영을 사회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재단법인 설립과 전시시설 신축 등을 위해서는 간송 후손들과의 의견 조율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이번에 간송미술관을 지원하려고 나선 인사들도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간송미술관의 미묘한 위상을 생각하면 이들의 태도가 이해되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더 좋은 해법이 보일 수도 있다. 간송이 우리 문화재를 수집하는 데는 우리 문화와 역사에 눈뜨게 해준 외사촌형 박종화와 휘문고보 시절 스승 고희동, 당대 최고의 감식안(鑑識眼)으로 간송이 수집하는 문화재를 평가해준 오세창, 전속 거간이었던 이순황, 훈민정음 입수를 주선한 김태준 등 많은 문화계 인사들의 도움이 있었다. 간송미술관 소장품은 간송만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지사(志士)들의 힘이 더해져 이루어졌다. 간송은 자신을 우리 문화재의 세계로 이끌고 외호(外護)해준 이들을 믿고 크고 작은 문제를 상의했다.

    간송미술관의 신축과 발전도 간송이 그랬듯이 열린 자세로 사회와 문화계의 도움을 받으며 풀어가야 한다. 우선 간송미술관의 당면 과제를 관계자와 전문가가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간송미술관을 아끼는 국민이 적지 않은 만큼 그러면 상당한 관심과 열기가 일어날 것이다. 이를 토대로 지혜와 힘을 모아서 간송미술관 개관 50주년이 되는 2016년 새로운 전시시설이 문을 열 수 있다면 우리 문화계의 큰 경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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