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권씩… 책 '찍어내는' 남자

조선일보
  • 허윤희 기자
    입력 2013.02.27 03:03 | 수정 2013.02.28 06:04

    [작년 출간 18종·계약 40종… '별종 多작가' 김병완]
    잘 다니던 대기업 그만두고 3년간 도서관에서 1만권 읽어… 어느 순간 글이 쏟아져나와
    주로 자기계발·경제경영 집필, 전업작가된 후 '억대 연봉'

    당나라 시인 두보는 "독서파만권(讀書破萬卷) 하필여유신(下筆如有神)", 즉 책 만 권을 읽고 붓을 들면 신들린 듯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다. 김병완(43)씨는 "딱 내 얘기"라며 흥분했다. "제가요, 불과 5년 전까지 책과 담쌓고 살던 놈이에요. 그런데 회사 때려치우고 3년간 도서관에 박혀 1만권 가까이 읽었더니, 물통에 물이 흘러넘치듯 글이 쏟아져 나오는 겁니다."

    김씨는 2011년 출판시장에 갑자기 등장한 별종 전업작가. 지난해에만 18종의 책을 냈다. '48분 기적의 독서법' '40대 다시 한 번 공부에 미쳐라' '박근혜의 인생' '삼성비전 2020' '이건희 27법칙'…. 주로 자기계발서·경제경영서다. 작년에 출판사와 계약한 책이 무려 40종, 올해 13종이다. "내면에서 술술 글이 나오는 지경이 되자 일주일에 한 권을 쓸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이 괴력의 다작가(多作家)를 서울 광화문 카페에서 만났다.

    김병완씨는“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이유는 작가가 너무 없기 때문”이라며“지금보다 10배는 더 작가가 많아져야 다양한 책들이 출간되고 책 읽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위 사진은 김씨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펴낸 주요 책들. /성형주 기자
    ―작가가 되기 전엔 어떤 일을 했나.

    "성균관대 제어계측과를 졸업하고 1997년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입사해 11년 일했다. 팀장이 되니 재미가 없더라. 다른 인생을 살아보려고 사표를 내고 부산으로 갔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 출발 하고 싶었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책을 읽은 건가.

    "아니, 하고 싶은 게 뭔지 몰라 도서관에서 종일 책만 읽었다. 처음엔 한 권에 2~3주가 걸렸는데 어느 순간 머리가 확 열리는 느낌이 들더라. 그날부터 진짜 독서가 시작됐다. 아침 9시에 도서관에 들어가 밤 11시 문 닫을 때까지 종일 책만 읽었다."

    ―그 많은 걸 어떻게 읽나. 하루에 열 권은 읽어야 하는 분량이다.

    "처음엔 오래 걸렸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전에 읽은 내용을 건너뛰고 핵심을 읽을 수 있는 경지에 들어갔다. 좋은 내용은 옮겨 적었다. 그 경험을 '48분 기적의 독서법'에 담았다(이 책은 지난해 국립중앙도서관 자기계발서 중 가장 많이 빌려 본 책 6위에 올랐다)."

    ―책 읽는 동안 생계는 어떻게?

    "전업주부였던 아내가 보험 외판원도 하고 옷장사도 했다. 지하철 탈 돈 1000원이 없어 도서관에 못 간 날도 있다. 부부싸움 숱하게 했다. 하지만 태양 빛 본 사람이 촛불에 연연할 수 없다."

    ―읽기만 하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2011년 1월, 도서관에서 공부법 책 10권을 펴놓고 읽는데 가슴이 답답했다. 죄다 점수 올리는 얘기만 하더라. 원고지를 사서 쓰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이 쏟아져 나왔다. 한 달 동안 쓴 원고를 출판사 4~5곳에 보냈다. 다산북스에서 편집자가 부산으로 내려와 선인세 500만원에 계약했다. 그렇게 첫 책 '공부의 기쁨이란 무엇인가'가 나왔다."

    출판 관계자들은 그를 "빠른 집필 속도, 방대한 콘텐츠가 강점인 독특한 작가"라면서도 대신 "내용에는 편차가 크다"고 했다. "삼성이나 독서법 등 본인이 깊이 파본 주제는 탁월하지만 다른 주제는 평이한 수준"이라는 평.

    김씨는 "전업작가가 되니 계약금만으로도 '억대 연봉'이 됐다"고 했다. 그는 "독서를 하며 지식이 쌓인 게 아니라 의식이 달라졌다"고 했다. "무슨 무슨 박사처럼 한쪽 지식만 많은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루 읽어서 아직도 쓸 게 무궁무진하다"는 게 그의 주장. 그가 '별종 작가'에서 '파워 작가'로 도약할 수 있을지, 아직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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