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TALK] 남은 못 봐도 돼! 나만 재미있으면

조선일보
  • 송혜진 기자
    입력 2013.02.27 03:03

    "아, 이건 앞면만 보시면 안 돼요. 이 제품의 진짜 매력은 실은 뒷면에 있거든요."

    이번 달 초 열렸던 한 명품 패션 브랜드의 봄·여름 신상품 발표회. 빛깔이 화사한 넥타이<사진> 앞에 발길을 멈추자, 제품을 설명하던 직원이 이렇게 말하면서 슬쩍 넥타이를 뒤집어 보였다. 야구공을 치는 타자(打者), 영화관을 찾아온 관람객 등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이 넥타이 뒷면에 숨어 있었다. "이 그림이 넥타이를 매면 남들에게도 보이나요?" "아뇨, 전혀 안 보이죠. 그냥 혼자만 알고 만족하는 겁니다." 그 직원은 덧붙였다. "요즘 진짜 멋쟁이는 남에게 보여주려고 옷을 입기보단 자기 혼자 즐기는 것에 가치를 둡니다."

    최근 패션 고수들의 주(主)관심사 중 하나는 이른바 '은밀한 만족'이라고 한다. 굳이 남에게 예쁘고 귀여운 장식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고, 혼자만 조용히 보면서 즐긴다는 것이다. 가령 이탈리아 고급 정장 브랜드 A사는 각종 자수 장식을 바지 허리춤 안쪽에 감춰놓는다고 했다. A사 관계자의 말. "이걸 누가 보겠어요. 옷을 입는 고객과 그 아내 분만 보시겠죠. 그런데 바로 이것 때문에 우리 옷을 좋아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남들이 몰라도 본인은 안다는 거죠(웃음)."

    국내 한 가방 회사는 최근 속과 겉이 전혀 다른 소가죽 손가방을 만들었다. 겉모습은 아무 무늬도 없는 무채색이다. 하지만 지퍼를 열면 그 안감엔 화려한 꽃무늬 패턴이 가득하다. 디자인 담당자는 "물건을 꺼낼 때 이 안감을 보면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했다. 독특한 로고로 유명한 한 국내 디자이너도 올봄 새 스웨터를 만들면서 로고를 작은 금속에 새겨 옷깃 안에 속 단추처럼 달았다고 했다. 그는 "'이 옷이 어디 제품이다'라는 걸 굳이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혼자만 즐기려는 분들이 꽤 많아졌다. 그래서 이렇게 숨은 장식처럼 로고를 바꿔 달았다"면서 "로고가 안감에만 새겨진 구두도 제작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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