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대통령 時代 열리다

조선일보
입력 2013.02.25 03:08

박근혜 제18대 대통령이 오늘 취임한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은 65년에 이르는 짧지 않은 우리 헌정사(憲政史)에서 매우 특이한 일이다. 박 신임 대통령의 부친은 1961년부터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과 대통령으로 18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박정희 전(前)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18년 동안 '조국 근대화'를 자신의 정치 이념으로 내세웠다. 박 신임 대통령의 국정 목표인 '국민 행복 시대'는 아버지의 정치 이념인 조국 근대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국민 행복 시대'는 국가 발전의 성과가 국민 개개인에게 공정하게 전달돼 국민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집권자의 정치 목표가 '조국 근대화'로부터 '국민 행복 시대'로 바뀌는 데는 52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 사이 82달러이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그 세월이 흐르는 동안 경제적·사회적 여건의 변화로 우리에겐 과거와는 다른 새 과제들이 부각됐다. 국가가 국가 발전 과정에서 뒤처진 낙오자들을 보살피고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일정 수준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박 대통령이 보육·교육비 불안, 취업·실업 불안, 집값 불안, 노후 대비 불안 같은 민생 불안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한 것이 바로 그런 일들이다. 이 같은 약속을 실행하는 일이야말로 뒤로 물릴 수 없는 새 정부의 으뜸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국민 행복'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 목표라 하더라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그 목표의 실현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의 경제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의 경제성장률을 보면 한국 경제는 노태우 정부 8.3%, 김영삼 정부 7.1%, 김대중 정부 4.8%, 노무현 정부 4.3%, 이명박 정부 2.9%까지 계속 추락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가 이대로 가면 7년 뒤인 2020년엔 잠재성장률이 2.2%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한다. 경제의 원기를 되살려 맞춤형 복지를 실행하는 데 들어갈 재원(財源)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실질성장률을 3~4%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정책은 필수적이다. 성장 둔화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새로운 고용을 중시하겠다는 성장 비전은 무너지고 복지 정책의 실행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다.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 육성과 벤처 창업 붐을 통해 성장을 이끌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지금까지의 기술 추격형 산업을 기술 선도형 산업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그러려면 대표적 창업 국가인 미국과 이스라엘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 기술을 개발해 창업하는 기운이 일어나도록 우리 사회 전체 분위기가 열려 있어야 한다. 우리는 청와대·정부·정치권 등 상층부부터 지시와 복종 문화에 젖어 있다. 새 정부는 어떤 방법과 과정을 통해 이런 닫힌 사회 문화를 혁신해 새 성장 동력을 일궈갈지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새 정부가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바퀴를 굴려가면서 그 성과가 국민 개개인에게 전달되도록 하려면 국가재정을 투입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대선 때 얼추 계산한 것만으로도 복지 공약 이행에 5년간 135조원이 든다. 이렇게 국가재정을 복지 분야에 집중 공급하기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 북핵(北核)이다. 북핵 같은 긴급한 안보 현안이 불거지면 대북 억지력을 높이는 데 재정을 더 많이 돌려쓸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북핵 사태 해결 등 남북 관계의 안정이야말로 국민 행복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절대적인 전제조건이다.

박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50%를 밑도는 44% 국정 지지도로 임기를 시작하고 있다. 대선 득표율(51.6%)보다도 지지율이 낮다. 대선 이후 2개월여 동안 당선인으로서의 리더십을 지켜보면서 지지자들조차 일부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국가 과제가 조국 근대화에서 국민 행복으로 바뀌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도 달라져야 한다. 조국 근대화 시절 필요한 수단은 효율성이고 일사불란이었다. 박정희 시대에 통했던 그런 수단들은 이젠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유효하지도 않다. 이 시기에 필요한 리더십은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해 합의를 이뤄가는 조정의 리더십, 분야별 참모와 전문가들 지혜를 모으고 야당을 비롯한 국회와 국민 목소리에 귀를 열어두는 소통의 리더십이다.

박근혜 시대 5년을 거치면서 국가의 성장이 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면 대한민국은 역사의 한 단계를 넘어서게 된다. 국가 발전이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건 세대·계층·지역 등으로 나뉘고 갈라진 국민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통일성을 높이는 나라가 된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5년을 그런 새 시대로 넘어가는 중간 도약대로 잡고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과 정성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로 밀고 나가야 한다. 그러면 박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5년 후 대한민국은 박근혜 시대의 성취를 딛고 더 나은 대한민국, 진정한 선진국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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