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0] 우리를 홀리는 개념의 연상들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3.02.19 02:34 | 수정 2013.03.05 11:43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다들 어린 시절 한 번쯤 불러 본 노래이다. 그런데 이 노래 속 논리대로라면 결국 '사과=백두산'이 된다. 어떻게 사과가 백두산과 같다고 할 수 있다는 말일까? 답은 뇌가 즐겨 사용하는 관념 간의 연합 또는 연상(association) 때문이다.

러시아 과학자 이반 파블로프(Ivan Pavlov)는 20세기 초 개념 간의 연상에 대한 핵심적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개들은 음식을 보면 자연스럽게 침을 흘리지만, 보통 종소리엔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그림 A〉. 하지만 자주 음식과 종을 동시에 경험하도록 하면〈그림 B〉, 개는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기 시작한다〈그림 C〉. 선천적으론 관련 없었던 '음식'과 '종'이라는 두 개념이 반복된 경험을 통해 서로 연상화된 것이다. 파블로프는 음식물같이 생리적 반응을 유도하는 자극을 어떻게 하면 새로운 자극과 연상시킬 수 있는지 관련해서 수많은 연구를 했다. 결국 사람들 역시 다양한 훈련을 통해 원하는 행동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개념 간에 연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자극 간의 시간적 상호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사과를 먹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아이는 사과를 보며 동시에 사과의 단맛을 느낄 것이다. 결국 아이의 뇌에는 사과의 '모양'과 '맛'이라는 두 가지 정보가 거의 동시에 도착한다. 이렇게 동시에 도착한 정보들은 신경세포 간 연결고리를 통해 전달된다. 연결고리들은 평소엔 한정된 숫자의 수용체(receptor)만을 통해 정보가 전달되다가, 신경세포들이 동시에 활성화되면 더 많은 수용체가 열려 정보 전송률이 높아지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사과의 '모양'과 '맛'을 연결해주는 신경세포들은 다른 신경세포들보다 서로를 활성화할 확률이 높아지고, 우리는 사과를 보기만 해도 사과의 맛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파블로프의 연구는 러시아 혁명 후 정부의 큰 관심과 지원을 받았다. 전체주의 사회의 지도자들에게 국민의 행동을 정부가 원하는 대로 유도할 수 있다는 희망은 너무나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파블로프의 연구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광고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남자들의 로망인 고급 승용차 선전엔 레이싱 걸들이 빠지질 않는다. 시각적 자극을 통해 관심을 끌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결국 미녀와 스포츠카라는 이 두 자극은 반복된 시간적 상호관계를 통해 파블로프식으로 연상화된다. 스포츠카를 보며 침을 흘리는 우리는 결국 종소리를 들으며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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