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하면서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우방 중국의 간곡한 반대에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은 사망한 김정일의 망령이 아직도 북한 땅을 지배하고 있고, 김정은은 자기 철학이 전혀 없는 김정일의 아바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생각이 아들 김정은에게 각인돼 있기 때문에 핵실험은 예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쉽지 않은 선택임은 분명하다.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핵 합의를 통해 사실상 핵 개발 의지가 꺾인 것은 최악의 경제난과 국제사회의 압력이 통했기 때문이었다. 1990년대 중반 수백만 명이 아사(餓死)하는 최악의 체제 위기를 겪으면서 북한은 핵을 개발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 후 남한에서 강력한 보수 정권이 세워졌다면 북한의 핵 개발은 상당히 지연됐거나 중단됐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북한 내부는 과거 1990년대 중반과 같은 위기에 직면해있다. 같은 위기가 반복되고 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두 가지다. 첫째,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많은 북한 주민이 굶어 죽으면서도 김정일을 걱정했다. 외부 소식과 단절된 북한 엘리트와 주민은 최악의 경제난이 미국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류(韓流)의 범람과 독재의 장기화는 북한 엘리트와 주민을 의식화시켰고 김씨 왕조의 신뢰도는 제로에 가깝다.
둘째는 외부 환경의 변화다. 1·2차 핵실험 당시에는 북한이 무슨 짓을 해도 그들을 이해하려고 했던 남한의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있었다. 중국도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처하지 못했다. 북한 정권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한반도 전체가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 입장이 달라졌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반대하는 유엔 안보리 제재에 중국은 찬성표를 던졌다.
이런 안팎의 악재에도 김정은이 핵실험을 결정한 것은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은과 그 옆에서 기생하는 극소수 아첨쟁이들을 빼고 다수는 김씨 일족의 핵실험 망동을 체제 종말의 징조로 느끼고 있다.
이제 북한 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북한에 정권 교체를 통해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실행했던 대북 제재 외에 세 가지 옵션을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 첫째, 중국이 탈북자 강제 북송을 중단하도록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중국과 강력하게 협의해야 한다. 탈북자의 강제 북송 중단은 북한 정권이 외부로부터 받는 가장 심각한 압력이다. 둘째, 북한 내부로 더 많은 정보가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 정권의 극단적인 행위에는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군사적 수단인 선제적 정밀 타격이 '쇼'가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수많은 독재자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김씨 왕조는 자기들의 목숨이 핵과 미사일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핵이 결국 자기들의 운명을 더 비참하게 만들 뿐임을 각인시켜야 한다.
입력 2013.02.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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